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어르신들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손편지를 전달해드리고, 하나의 활동으로 어르신들이 부모님을 생각하며 편지를 쓰는 것을 해보았다.
물론 모두가 다 흔쾌히 편지를 쓴 건 아니지만 다수의 어르신들이 먼저 떠난 부모님을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눌러써주셨다. 물론 손은 떨리고, 힘이 없어 글자는 삐뚤삐뚤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큼은 온전히 담겨있는 것 같았다.
어르신들이 써 내려간 편지는 참 뭉클했다. 누구라도 이 편지를 본다면 울컥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누군가의 부모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자식이었을 텐데 우린 부모로서 어르신들만 봐와서 그런지 자식으로서 어르신의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했다.
엄마는 밥을 안 먹어도 되는 줄 알았다며,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과 숭늉이 맛있다고 했던 어머니.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가난에 고생만 하다 간 엄마가 너무 그립다는 말.
살아계신다면 좋은 곳 어디라도 모시고 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사드릴 텐데 살아생전 못다 한 일들이 후회가 된다는 말.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식들에게 대접을 잘 받고, 잘 지낼수록 부모님이 더 생각난다는 말.
가슴이 시리도록 그립고 보고 싶다는 말.
세월이 흘러가면 무뎌지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더라. 시간이 흘러도 더 그립고 더 생각나는 건 부모님이라는 거. 어르신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었다는 것을 우린 잊고 있었다. 어르신들 나이에도 부모님들이 그립다는 걸 미쳐 알지 못했다.
이번 활동을 하고 나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에는 나이도, 세월도 상관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당연히 그 나이가 되었으면 무뎌져 절절한 이야기들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그리움으로 편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분도 있었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으셨을까. 편지의 길이와 상관없이 모두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무뎌질 거라는, 덜 그립고 덜 생각날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편지를 쓰는 순간만큼은 적어도 어르신들은 누구의 부모가 아닌 오로지 자식으로서만 존재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아빠, 엄마가 그리운 순간이 있겠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가 꽤 됐기에 부모님도 우리의 부모이기 이전에 자식이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리워하고 더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움은 끝이 없는 데도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면 당연히 잊혀갈 줄 알았다. 나이가 들어도 그리움엔 끝이 없다는 걸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리움이란 무엇일까? 그분들이 알려준 그리움의 의미는 그리움엔 나이도, 세월도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