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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Jun 15. 2023

간사한 나의 마음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모레 다른-




얼마 전에 사촌동생 결혼식을 다녀왔다. 사촌동생 결혼식이라 이런저런 잔소리 들을 것을 예상하고 갔기에 잘 흘려버릴 수 있었다. 근데 식이 끝난 후 뷔페에서 식사를 하는 데 있어 마음이 좀 그랬다. 이유인즉 거긴 모든 테이블이 4명씩 앉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부모님을 포함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 앉았고, 그 외 가족들은 각자의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앉았다. 참석한 다수의 사촌들이 거의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상태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가족들 간 자리를 앉음으로 인해 애매해져 버린 나의 위치였다. 여기 끼기도 그렇고, 저기 끼기도 그런 애매모호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뭐 다행히 결혼식장부터 첫 조카가 껌딱지처럼 나에게 붙어 있어서 나는 조카와 함께 둘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튼 원가족이 아닌 각자 꾸린 가족들과 앉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정작 나의 옆에 아무도 없다는 점이 좀 그렇게 훅 다가왔다. 각자 자신의 가족들끼리 앉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는데 문득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식사장소 테이블이 그렇게 세팅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훅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 한 편이 좀 휑하다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무튼 좀 그랬다. 그래서 문득 함께 할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구나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솔직히 그런 생각을 잘하지도 않고, 지금도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저 결혼식을 다녀온 뒤로는 음 조금은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최근 소개팅이 들어왔다. 두 건이 한 번에, 그리고 둘 다 한 살 연하로 말이다. 정말 희한하다. 안 들어올 땐 조용하다 들어올 땐 한 번에 온다. 저 일이 있고 나서 그랬는지 소개팅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소개팅 두 건 중 한 건이 먼저 연락이 닿아 만남을 가졌다. 근데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분명 나가기 전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가자 했건만 막상 또 나가니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인데 마음처럼 잘 안된다. 갑자기 일이 생겨 약속을 한 번 바꾼 터라 커피를 사겠다 하고, 커피를 주문한 뒤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음 주제부터 이야기가 뚝뚝 끊긴다. 여행, MBTI, 취미, 영화, 가족, 직장, 책, 음식, 친구이야기 등등 정말 짧은 시간 내 많은 주제를 던졌건만 이상하게 대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주제로 이야기가 뚝뚝 끊겨대니 일분일초가 안 가는 느낌을 어찌해야 할까 싶다. 정말 최선을 다해 이 주제, 저 주제 온갖 주제를 던졌건만 막판이 되니 이제 더 이상 던질 주제도 없었다. 보통 혈액형 이야기까지는 잘 안 하는데 이번엔 하다 하다 혈액형 이야기까지 했다.  


소개팅을 하다 보면 '아 이제 이 자리를 마무리해야겠다' 하는 시점이 느낌적으로 온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시점이 오고야 말았다. 이번엔 '먼저 가자 하지 말고, 기다려야지' 했건만 점차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고, 주문한 커피를 다 마셨음에도 아무 말이 없이 가만히 있는 상대방을 보고 있다 결국 그만 가자는 말을 먼저 꺼내고 말았다. 그래도 이번엔 나름 대화를 연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도 아닌 주도를 하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결국 마무리도 내가 했지만 말이다.


참 쉽지 않다. 분명 가기 전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자 했건만 막상 그 자리에 가고 보니 그 상황들이 긍정적으로만 다가오진 않으니 말이다. 물론 티키타카가 잘 되고, 대화가 잘 되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테지만.  


누군가는 또 그러겠지 '덜 급해서 그렇다. 눈이 높아서 그렇다. 얼굴 뜯어먹고 살 거 아니다. 처음부터 좋은 사람 없다. 여러 번 만나봐야 한다.' 하며 말이다. 근데 참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또 한 번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기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모레 다른 나의 마음을 우찌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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