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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Oct 31. 2024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또 행사가 많은 가을철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행사의 규모에 따라 담당자들 선에서 투입이 끝나는 것도 있지만 행사에 같이 투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담당자 이외 전 직원이 모두 투입된다는 건 말 그대로 작은 행사가 아니고, 규모 또한 크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다면 그만큼 준비하고, 진행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자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직원들마다 개인 업무 역량차가 있지만 유독 규모가 큰 행사를 담당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그 역량차가 크게 드러나는 것 같다. 물론 본인의 역량을 잘 발휘하여 방향성만 체크해 주면 알아서 잘 준비하고 진행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하며, 진행상황을 체크해야 하는 직원이 있다. 연차도 무시 못하지만 그렇다고 꼭 연차가 높은 직원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하나 체크해 줄 연차가 아님에도 하나하나 다 챙겨 봐야 할 때 정말 현타님과 함께 화남님이 찾아오신다.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번에도 규모가 큰 행사 진행을 앞두고 있다. 하나하나 체크해 줄 연차도 아니고, 이 행사 준비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물품 하나하나부터 다 체크를 해야 하고,  행사날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미진행된 부분이 훨씬 많아 또 내 마음만 급해진다.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 행사에 필요한 물품들은 언제 구입하나요?

팀원 : 다음 주 행사니 다음 주에 구입하려고 했는데요.

물품 택배배송이 늦어 작년 행사 때 애탔던 기억은 어디 갔나요? 대체 이 여유로움은 어디서 나올 수 있는 건가요? 조금만 미리 준비해 줄 순 없나요.(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 행사 안내문 제작은 언제 하나요?

팀원 : 작년에 팀장님이 제작하셨는데요? 제가 제작하나요?

작년에도 행사 진행이 너무 안 돼서 대신 제작해 준 거였잖아요. 본인이 1차 작업하고, 수정작업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해줄 거란 생각은 어디서 나올 수 있는 건가요? 이 사업의 담당자는 본인이라는 걸 기억해 줄 순 없나요.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 판이 너무 큰데 어떻게 고정할 건가요?

팀원 : 구성원들이 저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만들었는데 고정이 안될까요? 고정작업까지는 생각 안 했는데요.

다음 상황도 생각해서 작업을 해야지 무조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판이 알아서 뚝딱뚝딱 고정이 되나요? 판을 만든다에서 끝이 아니라 만든 판을 고정하는 것까지가 하나의 작업인 거 모르시나요.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 흰 판에 제목만 부착) 이게 다 완성된 거 맞나요?

팀원 : 원래 색이 있던 반대편으로 하려고 했는데 깨끗하게 칼집 작업이 되지 않아 뒤집었어요. 다 완성한 건데요. 뭘 더 꾸며야 하나요?

모두가 더 작업이 남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다 완성되었다고 하면 어찌해야 하나요? 원래 하고자 했던 대로 되지 않았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대처를 해야지 판을 뒤집기만 하면 끝인가요? 행사 때 사용할 거잖아요.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 팀원과 업무진행상항을 체크할 때마다 점점 톤이 높아지고 있다. 몇 가지 예시사항을 나열했을 뿐 더 많은 일화들이 있다. 이렇게 일차원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더 많은 의구심에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증가된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들에 대해 질문하면 답하지 못하고, 대책은 당연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작년에도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체크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여전히 대안은 없다. 항상 내 마음처럼,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생각처럼 진행이 다 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겪고 보았음에도 생각처럼 진행될 거라고 철떡 같이 믿고 있는 듯하다.(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행사 2주 전부터 챙기고 있는데 매번 체크할 때마다 진전이 없는 건 내 느낌인 걸까. 준비사항에서 먼저 끝낼 수 있는 건 끝내고 처리해야 하는데 다 같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결국 완성된 건 없다. 끝낼 수 있는 건 끝내고 처리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 듯하다. 이 행사만 체크해주고 있을 수도 없는데 행사 날짜는 다가오고 있고, 여전히 행사 준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혼자서 준비해서 되는 사항이 있고, 진행상황에 있어 보고를 하고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 있으면 당연히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부터 먼저 처리해야 하는데 혼자서 준비해도 되는 사항을 먼저처리하고 있다. 업무 우선순위를 체크해 줄 연차도 아닌데 왜 신입처럼 우선순위도 뒤죽박죽인지. 신입은 우선순위 체크해 달라고 먼저 묻기라도 하지 묻지도 않은 채 이러고 있으니 답답함님까지 오신다.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냥 내려놓고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담당자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니 이렇게까지 챙길 필요 없어라는 나'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을 때 수습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화가 나더라도 하나하나 체크를 해서 준비를 최대한 하는 게 맞지라는 나'가 매일 갈등하고 있다. 후자가 항상 승리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제주도 한 사찰에서 찍은 사진 


- 성을 내는 것은 짧은 정신병이다-라는 저 문구를 보고 친구와 같이 우리 정신건강을 위해 화내지 말고 즐겁게 살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성을 내지 않는 오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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