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나'에게 주어진 각자의 몫(1)

<직장 편>

by 까칠한 여자




사람들마다 주어진 각자의 몫은 다 다를 것이다.


얼마 전 "각자의 몫"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다 나에게 주어진 몫이 무엇일까를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노랫말에 말하는 각자의 몫은 이별 후 연인에 해당되는 부분이었지만 그냥 그 노래를 들으며 제목을 생각해보며 나에게 주어진 몫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대학 졸업 후 한 직장에서 십 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팀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현재 '팀장으로서 나', '직장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나', '최고관리자와 팀원들을 연결해야 하는 중간 역할자로 나' 3가지의 나로 존재하며, 3가지 영역에서 나에게 주어진 각자의 몫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각자의 몫(1) - 팀장으로서 나


십 년이 넘는 시간을 한 기관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에 현재에는 팀장으로 많은 책임감이 나를 뒤따르고 있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이 있다. 올해부터는 팀원들이 작년보다 더 늘어났으며, 거기다 신입 선생님들이 많아져 챙겨봐 줘야 할 몫들이 더 늘어났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비해 팀원 수가 두배가 되었다. 그 결과 하나부터 열까지 봐줘야 하는 신입 선생님들부터 두 배의 팀원을 챙기느라 나의 하루는 바쁘며,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더 많아졌다.


한 번씩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지만 결과는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하는 부분도 알려줘야 하므로 지금은 더 많은 개입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신*의 어부바 CF를 보며 분홍이 캐릭터에 참 공감을 하였다. 마치 나인 것 같아서. 내 어깨에 팀원들이 어부바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번갈아 가며 찾아오는 팀원들로 인하여 팀원들은 서로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내가 처리하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맘 같아선 내가 해결하고 처리하고 싶지만 팀원들 역량강화를 위해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기다림도 나의 몫이다.


각자의 몫(2) - 직장에 소속된 한 일원으로서 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팀원도 많지만 나도 내가 속한 직장에 소속된 한 일원으로 나에게 주어진 고유의 업무도 있다. 내게 주어진 고유의 업무도 처리해야 하므로 나의 하루는 더 바쁘다. 나의 일도 하면서, 팀원도 봐줘야 해서 어떤 날은 몸이 열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스케줄을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한 일과 중에 하나가 되었다. 나의 일도 중요하지만 팀원들 일을 돌보는 것도 중요함으로 스케줄이 잡힐 때마다 달력에 일정들을 하나씩 추가해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고유의 업무는 그동안의 노하우들이 쌓여 익숙하긴 하다. 그래서 지금은 나의 고유의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팀원들의 업무를 봐줌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므로 거기서 오는 어려움은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모든 팀원과 맞을 순 없다. 그렇다고 나의 방식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팀원들의 성향에 맞게 내가 맞춰주고 있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는 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에..


나는 팀장이기 때문에 팀원 때문에 오는 어려움을 쉽사리 누구에게 이야기할 순 없다. 침묵도 나의 몫이다.


각자의 몫(3) - 최고관리자와 팀원들을 연결해야 하는 중간 역할자로서 나


나는 최고관리자와 팀원들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이다. 마치 햄버거에 패티처럼 중간에 빼도 박도 못하게 끼어있다. 그래서 더 어려운 일들이 많고, 곤란한 경우도 많다. 최고관리자 눈치도 봐야 하고, 팀원들의 눈치도 봐야 할 일들이 생겨남으로 인해 눈치는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다. 최고관리자로서 추구하는 목적을 팀원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할 때 중재해야 하며, 팀원의 실수로 발생된 상황들을 잘 수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각자의 입장차, 받아들이는 데 있어 온도차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 나에게 주어진 몫은 잘 중재하고, 잘 조율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상처 받는 일들이 많다. 내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일이 아니지만 팀장이기 때문에 혼나는 경우도 있고, 팀원들에게 싫은 소리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상처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정작 더 많은 상처를 받고, 힘듦은 나의 몫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많다.


내가 속한 직장이 전쟁터라면 난 총알받이가 아닐까 싶다. 최고관리자를 보호하고, 팀원들 앞에 앞장 써야 할 테니깐. 총알받이도 나의 몫이다.




이처럼 나는 '직장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나', '팀장으로서 나', '최고관리자와 팀원들을 연결해야 하는 중간 역할자로 나'로 존재하고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다르며, 그에 따라 보이는 모습도 달라 마치 '3명의 나'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3명의 나에게 각자의 몫이 주어져 '어떤 나'가 제일 잘하나 마치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각자 고유의 영역을 유지하며 다른 내가 되어 변신하고 있다.


주어진 몫들을 다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엄격해지곤 한다. 하지만 큰 소리로 팀원들을 혼내는 일은 없다. 허나 존재만으로도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보통 처음 입사한 신입 선생님들은 구성원 중 나를 가장 무섭다고 이야기한다. 일을 할 때에는 꼼꼼하게 챙겨보고, 깐깐하게 짚고 넘어가야 뒤탈이 없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말이다. 나도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다. 나도 막내의 타이틀을 단 풋풋한 신입시절이 있었고, 무섭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각자의 몫들로 인하여 이렇게 변해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 받는 일도 많고, 눈치 봐야 할 일도 많고, 싫은 소리 해야 할 때도 많고, 다독거려줘야 하는 팀원들도 많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점차 많아지면서 나는 예민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신경을 쓰면 몸에서 반응이 온다. 체하는 일도 잦아졌으며, 아파 병원에 갈 일도 많아졌다. 신경을 써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나의 심신 관리일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정신줄을 놓고, 떠나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내 정신줄을 잘 붙들고 있어야 내가 버텨내고 중심을 잡을 수 있으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상처 받은 나의 영혼은 도대체 누가 치유해 주나.


지금도 '3명의 나'에게 주어진 각자의 몫들로 인하여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은 '팀장으로서 나'와 '최고관리자와 팀원들을 연결해야 하는 중간 역할자로 나'가 서로 우위를 차지하려 난리법석이다. 여기 치이고, 저기 치여 정신줄을 놓고 싶은 심정이다. 두 가지 나에게 주어진 몫들이 오늘은 더 유난히 나를 힘들게 하여 심신이 피폐해지는 듯한 날이다.



- 각자의 몫 <직장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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