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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Jul 20. 2024

교육 콘텐츠와 잘 나가는 사내방송은 서로 경쟁관계일까?

KOTE 모델을 활용한 구성원 댓글 분석

처음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었다. 먼저 지금이 아니라 그다음 프로젝트를 할 때 나 스스로가 참고할 수 있도록 이전에 진행한 작업들을 잘 남겨두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HR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을 진행할 때, 부족한 나처럼 헤매는 일이 없도록 그럴싸한 멋진 분석 결과를 담은 잘한 이야기보다는 그들을 위한 오답노트를 작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근데 최근에 남긴 포스팅의 내용들을 살펴보니 내가 직접 했던 작업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티클이나 케이스 스터디처럼 새롭게 접한 지식을 정리한 것들과 그냥 데이터와 생성형 AI에 대한 생각을 끄적인 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분석을 직접 다 할 수는 없기에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몇 개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고, 아직 글로 정리하지 않은 끝난 프로젝트들도 여럿 있는데... 여전히 처음의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오늘은 이런저런 주저리 대신 처음의 모드로 돌아가 지난 프로젝트 중 하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번에 찍은 콘텐츠 몇 명이나 봤어?


코로나 전후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처럼 HRD 담당자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연수원에 근무하는 HRD 담당자로서 과거에는 조경이 잘 관리된 멋진 연수원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면 각 반 강의장에서 과정 진행도 하고, 심지어는 직접 강사 역할까지 해야 하는 비중이 꽤 컸다. 하지만 강제로 모임이 불가한 상황에서 Webex나 Zoom을 통해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경험을 하면서부터 오프라인 상황에서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었고, 이제는 뭔가 PD와 같은 모습으로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난 것 같다.


꼭 모여서 진행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 않다면 웨비나가 우선시되는 것 같고, 실시간이 아니라면 영상 또는 카드뉴스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형태로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에 제작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확대되었다. 게다가 어쨌든 수많은 고민 끝에 기획하고 제작한 영상이나 카드뉴스가 구성원들에게 뿌려지고 나면 다시금 PD와 같은 마음으로 시청률을 살펴보듯 조회 수에 울고 웃는 시간이 찾아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결과를 보고 웃는 일은 잘 없고, 대부분 처참한 조회수와 함께 눈물로 마무리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사내맞선 영상 보셨어요? 꿀잼이던데…”


조직 안에는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 다른 조직이 있다. LGCC라는 이름의 사내방송. 우리는 PD와 같은 역할을 하는 중이라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실제 PD로서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기획하여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과거 사내방송은 딱딱한 공중파 보도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었는데 최근 그들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유튜브 시대에 발맞춰 그야말로 파격에 가까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그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응이 꽤나 뜨겁다. 아무래도 교육적인 메시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교육 콘텐츠와는 다르게 흥미 요소를 메인으로 하는 사내맞선과 같은 가벼운 영상 콘텐츠 제작도 가능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조회수 스트레스를 받는 입장에서 어쨌든 그들의 폭발적인 조회수는 무척이나 부러운 숫자이다.


문제는 이 조회수 스트레스가 단순히 실무자의 바람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결한 정량 지표를 선호하는 수많은 리더들의 성향 상 조회수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일 수밖에 없기에 매 콘텐츠가 릴리즈 되고 나면, 그래서 몇 명이나 봤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피드백은 결국 왜 교육용 콘텐츠는 사내방송처럼 잘 나오지 않는지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순간마다 늘 속으로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데이터를 중심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결코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러자면 일단 비교 대상을 선정해야 했다. 기왕이면 교육용 콘텐츠 중 구성원들의 반응이 좀 있는 콘텐츠를 선정할 필요가 있었고, 그 기준은 댓글이 많은 것으로 삼았다. 그리고 교육용 콘텐츠의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 했다. 교육 프로그램과 연동해서 VOD 형태로 시청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그 경우 대부분 댓글로 이어지지 않아 제외하였고, 분석을 진행하던 당시 새로운 시도로 관심도가 높았던 월단위 구독 방식의 콘텐츠와 전사원 레터링 형태의 콘텐츠 댓글을 수집하였다.


그리고 중요한 비교 대상인 사내방송 콘텐츠의 댓글도 필요했다. 사실 처음엔 크롤링을 생각하였으나 문득, 사내방송 입장에서도 사내맞선 같은 흥미 유발용 콘텐츠보다는 조직의 미션에 따라 신경 쓰는 콘텐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친분이 있는 PD 한 분께 분석의 목적에 대해 설명 후 확인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 문의하였다. 그 결과 역시나 최근 그들의 큰 변화로 생각되는 흥미요소가 많은 영상들은 주로 구성원들의 유입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조직 차원에서 신경 쓰는 콘텐츠들에 대한 댓글을 파일 형태로 공유받을 수 있었다.

비교 대상 콘텐츠 및 데이터 요약



구성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떻게 다를까?


비정형 데이터인 댓글 텍스트를 분석하기 위해 텍스트 마이닝 기법 중 선택이 필요하다. 다만 토픽모델링이나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과 같이 내용 파악에 주로 활용되는 기법들을 통해 각 콘텐츠들의 댓글 내용을 분석하게 되면 선정된 각 콘텐츠의 주제가 이미 다른 상황에서 서로 간의 차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듯하였다. 대신 내용과 무관하게 댓글 안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감정 비교를 통해 서로 간의 비교가 가능할 것이란 생각으로 KOTE 모델을 활용한 감정 분류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각 콘텐츠 특성에 따른 주요 감정


평소 KOTE 모델을 활용한 분석 이후, 주요 감정의 우선순위를 확인하곤 했지만 이번 분석의 경우 성격이 다른 각 콘텐츠 방식에서 두드러지는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선 구독형 콘텐츠인 모빌리티의 경우 다른 두 방식의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감정은 감동/감탄, 신기함/관심, 존경 등의 감정이 있었다. 전사원 레터링 방식의 콘텐츠인 키스톤의 경우 깨달음의 감정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사내방송 콘텐츠의 경우 환영/호의, 기쁨, 즐거움/신남 등과 같은 감정이 다른 두 방식과의 달리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Chat GPT와 협업을 통해 시사점을 정리해 봅시다.


콘텐츠 성격에 따라 댓글 속 구성원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확인은 하였고, 남은 작업은 어떤 이유로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기존 경험을 통해 텍스트 분석에 Chat GPT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짜고짜 작업 지시를 한 경우, 귀찮음 해소를 위한 첫 시도에서는 꽤나 그럴싸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조금만 정신 차리고, raw data에 대한 이해를 한 상태에서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는 경우에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오히려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경험을 하였기에 다짜고짜 맡겨 놓기보다 비판적 활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분석 작업의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감정 분류는 이미 파이썬을 통한 KOTE 모델 분석 결과로 전체 댓글 각각에 대해 감정 별 스코어 형태로 정리된 상태였고, 시각화를 통해 특징적인 감정 또한 어느 정도 확인한 상태였기에 정해진 틀 안에서 나 대신 내용을 읽어보고 요약을 맡기는 형태의 협업이라면 Chat GPT를 통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결과는 생각보다 더 깔끔했다. (물론 데이터를 줬더니 한 번에 잘 정리하더라 하는 뜻은 아니고,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헛소리 할 틈을 주지 않고 정해진 틀 안에서 원하는 형태로 인사이트 정리를 요청했더니 잘 해냈다는 뜻이다.)



1. 정량 분석


전사원(평균 164자, 35.6 단어) > 구독형(평균 78자, 17.6 단어) > 사내 방송(평균 41자, 8.5 단어) 순으로 댓글 길이가 짧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교육용 콘텐츠에 대해서는 내용에 대한 생각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반면, 사내 방송 콘텐츠에 대해서는 직관적으로 반응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댓글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 댓글 안에서 드러나는 특징


트렌드 및 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구독형 콘텐츠의 경우 댓글 안에 모빌리티 관련 전문용어(“전기차", “변속기" 등)와 혁신 기술이나 제품 등이 댓글 안에 자주 등장하는 반면 경영 방침에 대한 전사원 레터링 콘텐츠의 경우 영상 안에서 던져진 질문이나 큰 주제에 대한 언급이 드러나고 “통찰”과 “인사이트” 등이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었다. 반면 사내방송 콘텐츠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은 이모티콘을 통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각 콘텐츠 방식의 주요 감정과 연결 지어 보자면, 


구독형 콘텐츠 속 감동/신기함의 감정은 새로운 정보나 이야기에 대한 반응으로 콘텐츠가 다루는 혁신적이거나 독특한 정보 특성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 가능하다. 또한 존경의 감정은 각 사례의 주인공이나 기업의 전문성이나 콘텐츠의 깊이에 대한 언급에 비추어 콘텐츠가 전문성이나 깊은 지식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달한 결과로 생각된다.


전사원 콘텐츠 속 깨달음의 감정은 댓글 내용 중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거나, 시각을 넓혀 주는 것에 

대한 내용 언급과 연결 지어 콘텐츠가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구성원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내방송 콘텐츠 속 즐거움/기쁨의 감정은 감정 표현이나 이모티콘이 많이 사용된 것을 통해 구성원들이 콘텐츠를 가볍고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환영의 감정은  이모티콘이나 긍정적인 단어 사용을 통해 콘텐츠가 구성원들에게 친근하거나 접근성이 좋다는 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석을 통해 우리 모두는 평온함에 이르렀을까? 아쉽게도 아니다. 조회 수 스트레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콘텐츠 특성에 따라 우리의 고객인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감정과 반응을 보이고 있기에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사내방송의 조회 수를 보면 부럽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한 위기의식이나 경쟁심은 들지 않으니 어쩌면 평온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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