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 Sep 06. 2024

인재육성은 진단으로부터 시작된다

'24년 가을학기 수강 과목 소개 (인재론)

지난 수요일, 대망의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두 번의 석사 과정을 통해 고작 10km 러닝 두 번 뛰어본 상태에서 덜컥 풀코스 마라톤을 등록하고 달리기 시작한 느낌이 있지만 개강 첫 주의 떨림을 잊지 않기 위해 이번 학기 함께 할 수업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큰 망설임 없이 인지과학 전공을 선택한 이유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인지과학 전공은 Course Work 기간 동안 일반적인 다른 전공의 36학점 대비 많은 48학점을 채워야 하긴 하지만 대신 그중 절반을 지도교수님 허락 하에 인지과학과 연관 있다고 생각되는 타 전공과목을 이수해도 졸업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매 학기 다양한 교수님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니 이거 완전 럭키비키쟈나~


아무튼 그래서 지도교수님 허락 하에 이번 학기 수업 중 하나로 진단 관련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아래 내용은 오리엔테이션 성격의 첫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아무런 대본 없이 과목 소개를 위해 한 시간 동안 말씀 하신 내용의 요약이다.




■ 과목 명 : 인재론

■과목 소개


인재육성은 진단으로부터 시작된다. 개인이나 그룹의 현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분석해야 인터벤션으로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이 과목은 과거 구분된 교과목으로 운영된 인재론과 인재진단 과목을 통합하여 인재 및 인재개발과 관련된 근본적인 이슈를 심도 있게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진단과 관련된 이론과 방법론 등을 체계적으로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실제 진단도구 개발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목의 대전제는 진단(Assessment)과 평가(Evaluation)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단은 단순히 수치를 통해 능력을 측정하는 과정인데 반해, 평가에는 이 진단 결과에 대한 가치 판단이 더해진다. 지능검사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듯 진단이 때로는 대상자들에게 라벨링을 부여하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지능 진단 도구가 교육적 처방 없이 사용되면 오히려 폭력적인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이 제시되었고, 이는 전통적인 지능검사에 대한 대안으로, 실제로는 허술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다.



길포드가 미국 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학회장이던 1950년, APA 연례 컨퍼런스 자리에서 "Creativity"라는 제목의 발표를 하면서 미국 심리학회가 창의력을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선언한 것이 창의성 연구의 촉진제가 되었고, 길포드가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를 정의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창의성을 평가하고 촉진하려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지만, 창의성의 개념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여러 접근 방식이 난립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드보노의 6가지 모자 이론이나 TRIZ 기법처럼 비유적이거나 구조화된 접근들이 등장했으나, 실제로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 방법론으로 인정받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특히 창의성을 평가할 때 독창성뿐만 아니라 가치 평가를 통과해야 진정한 창의성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1970년대에는 맥클리랜드의 연구를 통해 지능과 창의성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실제 직무 성과를 중시하는 역량 개념이 등장했다. 역량은 단순히 지능이나 창의성을 넘어서서 실질적인 행동과 성과에 중점을 둔 접근으로, 이후 기업과 학교 교육에서 널리 확산되었다. 역량 중심의 교육은 각 기업의 전략과 문화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조직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역량 평가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서 벗어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개인의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진단과 평가의 방식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과학화되고 있다. AI 모델은 데이터의 방대화와 정교한 분석을 통해 인간의 잠재력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예측 과정이 명확하지 않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GPT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적 역량을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재를 관리하는 방향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번 수업에서는 이러한 진단과 평가의 흐름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HR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HR Analytics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이 시간을 보낼 것인가?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HR에서 진단의 본질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특히, 진단과 평가의 구분을 명확히 하여 HR에서 흔히 발생하는 진단 결과의 오용이나 과대해석을 방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업에서 다루는 지능, 창의성, 역량 등 다양한 인간 능력의 측정 및 평가 방식은 HRD에서 직원의 다양한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단 관련 이론과 방법론의 발전을 학습함으로써 AI 시대에 맞는 진단 및 평가 방법론과 미래지향적인 인재 관리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특히,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진단 도구의 발전이 HR에서 구성원의 잠재력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미칠 영향에 대한 통찰을 얻는 데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이 수업을 통해 내게 조금 더 익숙한 HR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더 정교하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조직의 인재 전략을 혁신할 기회를 모색해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우당탕탕 일일 유튜버 체험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