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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이야기] 기억에 남는 지원자(1)

기억에 남는 개발자

by HRNOTE

업무 특성상 면접에 자주 참여하게 됩니다. 특히, 스타트업에 와서는 거의 모든 인터뷰에 참석을 하게 되었고,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500번 이상의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면접자로 참석한 면접도 20~30번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면접자가 있습니다. 면접의 내용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했던 행동과 느낌,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기억에 착오가 있을 수는 있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 지원자 (편의상 A 지원자라고 부르겠다.) A 지원자는 일본에서 학교를 다닌 지원자였다. 인사담당자로서 기억에 특이했던 부분은 일반적인 구직사이트 (사람인, 잡코리아, 원티드 등) 를 통해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R&D 인재 전문 구직사이트에서 지원을 받은 지원자였다. 특이하게 그 사이트는 지원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사이트였고, 실질적인 지원자는 A가 처음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그를 바라보는데 다른 지원자와는 태도가 달랐다. 느낌이 마치 우리 회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번 만나볼까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양팔을 테이블에 올리고, 질문에 대해서 답을 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그런 느낌의 자세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은 다른 지원자와 다르게 대답에 여유가 있었다. 잘 모르는 내용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금 생각을 하면서 대답을 했다. 30초~1분 동안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고, 모르는 내용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주로 인터뷰에서 관찰자의 역할을 많이 하는데 인터뷰 중에 정말 처음으로 질문을 하는 팀장과 지원자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질문을 하는 태도와 답변을 하는 태도, 대답을 하기 전에 전제 조건과 상황을 되묻는 질문까지 서로 간의 핑퐁이 잘 된다라는 매우 드문 인터뷰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질문 시간이었다. 늘 그렇듯 지원자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봐달라고 이야기했더니 A 지원자는 본인의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노트북에 본인이 준비한 질문을 했고, 나와 팀장이 질문에 대답하는 모든 내용을 기록했다.

(많은 인터뷰를 진행해봤지만 저렇게 대놓고 노트북을 꺼내서 기록하는 지원자는 처음이라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우리도 노트북 꺼내서 매번 기록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도 제법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3~4개 정도 했었고, 마지막으로 인터뷰 결과 안내 및 감사 인사와 함께 A 지원자와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실무진 인터뷰에 이어 최종 인터뷰까지 합격을 했고, 우리 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ACE 직원이 되었다. 나는 지금껏 만나본 개발자 중 그 친구와 같은 사람을 아직도 보지 못했다. 본인이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새벽까지 집요하게 남아서 해결하려고 하고, 또 그 다음날은 자연스레 지각을 한다. (심지어 어떤 날은 연락이 안 되기도 한다.)


사실, 면접이라는 것에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실력보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태도 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내가 느낀 것은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면접관과 지원자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제 그 사람과 함께 일할 팀장과의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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