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기간에 대한 나의 생각
예전부터 느껴온 것이지만, 경력연수에 따라 연봉/직위가 결정되는 형태가 아직까지 많은 것 같다. 심지어 필자가 재직한 스타트업에서 조차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경력기간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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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일했는지가 정말 중요한가?
1.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몇 개월을 일했든 몇 년을 일했던 어떤 환경에서 무슨 성과를 이루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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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리어 시작을 안정적인 중견기업에서 시작했다. 당시에 연봉도 높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보너스가 연봉의 20~30% 정도 매년 나오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당연히 퇴사율도 무척 낮은 회사였다. (당시 재직인원이 160~180명 수준으로 기억하는데 퇴사자가 1년 5명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 난 배운 게 거의 없었다. 요청자료를 취합하고, 이미 의사결정이 완료된 후에 ERP에 올라오는 품의서를 결재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잠깐 TFT 속한 것을 제외하면 기획업무를 해본 경험은 없다.
반면에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정말 많을 것을 경험하고 있다. 전 회사에서는 입사하자마자 회사의 조직구조를 개선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고, 4년간 재직하면서 A to Z 까지 할 수 있는 업무는 다 해봤던 것 같다. 심지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채용박람회까지 진행했다. 그 기억이 너무나 좋았고, 다른 회사에서도 다시 한번 같은 경험을 하기를 희망하여 이직한 지 2~3달이 되어간다.
이곳에서는 2~3달 만에 지난 회사에서 했던 4년 치의 업무 중 절반을 이미 진행했다. 채용프로세스 설계/고도화, 채용시스템 개선, 아웃바운드 채용, 상시 1on1 도입 등을 진행했다. 아직 진행하지 못한, 인사시스템 변경, 채용페이지 오픈, 평가/보상 개선 등 2~3 가지 업무도 회사에서 경제적인 지원만 된다면 1년 내 전부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 (가장 저항이 거센 기존 시스템 변경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경력은 몇 년을 했다기보다는 어떤 환경에서 근무를 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이미 1)갖춰진 회사에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2)없던 것을 세우는 것은 어렵다. 가장 어려운 것은 3)이미 정착된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이다. 난 2)까지는 잘했지만, 3)은 시도하면서 좌절을 겪고 있다.
(결론)
경력기간과 관계없이 2)번을 해본 사람을 뽑으면 중간 이상은 한다. 즉, 팀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경력기간과 관계없이 3)번을 해본 사람을 뽑으면 S급 인재이다. 이 사람은 본인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을 설득할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C레벨도까지도 가능한 사람이다.
내가 CEO라면 2), 3) 해본 사람을 채용하면서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줄 것이다. 다만, 3)번의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6개월 정도의 계약형태로 핏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