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결혼식이에요

by 랑봄

우리가 일찍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며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었다. 친정에서는 날짜 미루지 말고 얼른 올려라, 그러다 “나중에 못할 수도 있고, 늦게 하면 후회한다”라는 말에 급하게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다 문득 정말 싫지만 그래도 남편 부모님이고 안 계시는 거도 아닌데 혼주석을 비우기엔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싶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렇게 반년만에 시댁에 방문하여 대화를 했다.

가는 길에 '나에게 그간 일을 인정하시고 사과해 주시겠지' 하는 작은 기대가 있었지만 예상은 달랐다.

본인들은 그런 적도 없었고 했다 한들 그런 의도 또한 아니라는 말이 돌아왔다. 속은 끓고 가슴은 답답하지만 바보 같은 나는 결혼식을 위해 다스렸다. 두 달 뒤 어느 정도 추려 시댁에도 결혼식 이야기를 전했다. 돌아온 아버지의 첫 대답은 "돈 많이 들겠네, 난 손님 아무도 안 부를 테니 들어온 돈 너네 해라" 어이가 없었다. 그간 친정에서는 항상 "애는 너 몸 생각해서 그만 가져라, 더 늦기 전에 결혼식 올려라" 였는데 시댁에서는 애 낳아라 소리만 하고 결혼식에 대한 말은 한 번도, 결혼식에 결자도 꺼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돈을 달라 한 적도 없었고 도와달라 한 적도 없었지만 첫 대답을 들은 나는 그나마 잡고 있던 마지막 정도 떨어졌다. 한번 더 말하자면 우리 부부의 약속이 있었기에 스드메, 홀, 식대 모든 일 역시 우리 돈으로 하기로 했었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니 필요한 남편 예복을 친정에서 해 주기로 했다. 이백만 원 넘어가는 금액에 남편은 죄송해했지만 평생 하나뿐인 예복이며 그간 처자식 먹여 살린다 고생한 거에 비해 작다며 되려 감싸주었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갈 즘 시댁에 혼주한복, 혼주 메이크업 전달하며 한번 더 말씀을 드렸다. 요새는 주례 없이 하기에 저희도 없다. 혹시나 해서 한번 더 말씀드린다 하니 알았다는 대답을 얻었다. 그 사이에는 아버지 마음이 바뀌신 건지 손님도 부를 거고 대신 들어오는 돈은 본인들 가져가신다는 말에 헛웃음이 낫지만 그간 뿌린 게 있으니 거둬야지 싶어 끄덕였다. 하지만 친정과 비교가 되었다. 친정은 처음부터 들어오는 돈은 애들 커 갈 수록 돈 많이 들텐데 보태라 하셨지만

시댁의 저 대답으로 난 친정 부모님 앞으로 들어 온 돈들을 다 돌려 드렸었다. 남편 역시도 당연히 드리자는 반응이었다.

결혼식 3주 정도 남았을까 밤에 시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나 힘들 때 도와주신 은사님인데 너네 결혼식에 주례 서주신단다 괜찮지?" 그 말을 들은 난 또 멍해졌다.

이미 두 번이나 대답을 받았고 또 주례 없이 계약도 했으며 전문 사회자도 구해 대본도 전달해 놓은 상태이기에 변경하기도 어렵고 업체에서 된다 한들 싫었다.

평소라면 "한번 생각해 볼게요" 싶었겠지만 그 말을 했다간 뒷수습이 안될 거 같아 "이미 사회자도 구했고 대본도 다 넘겼다, 어려울 거 같다"며 거절했다. 그때는 쿨하게 알았다 하시더니 5분 뒤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어른이 물어보면 싫어도 생각해 볼게요 하지 그걸 안된다고 잘라 버리니?" 난 역시나 똑같은 설명을 했다.

“제가 생각해 볼게요 하려다 날이 얼마 안 남았기에 괜히 그랬다가 주례 보신단 분께 알았단 대답으로 전달되어 당일에 일이 꼬일까 거절했다" 그래도 뭐 둥글게 하지 이런 내용으로 통화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2주 정도 남았을까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양가 어머니 입장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이었다.

화촉점화를 버진로드 걷지 말고 각자 혼주석에서 오는 걸로 하찮다. 난 생각했다. '아 끝까지 사람을 못살게 하시네, 본인들은 아들 둘이라 두 번 할지언정 우리 집은 나 하나라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아니다 싶었다. 이 또한 이미 대본과 음악도 넘겨 수정 어렵다고 거절했었다. 그렇게 난 다짐했다.

결혼식 혼주석이 내 마지막 예의고 내 마지막 매너라고 수 없이 다짐했다. 안 그래도 사회자 대본, 의상, 청첩장, 음악, 사진 등 이런저런 준비를 나 홀로 했기에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바쁜 준비 기간에 시댁 간섭까지 받으니 안 받아도 될 스트레스로 불안했지만 식은 잘 마무리 됐었고 식대와 축의금 정산 하며 생긴 작은 일로 인해 남았던 마지막 정까지 떨어져

집으로 가는 길 남편에게 전했다.

“내가 식 전 어머니께 사과드린 이유는 너도 알고 있으니

말 안 하겠지만 식 준비하며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내가 끌어 잡고 당기며 있던 마지막 정도 떨어졌다.

더 이상 어떠한 연락도 하지도 받지도 않을 거고

내가 할 도리는 여기가 끝인 거 같아 “

그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나와 아이들은 물론 남편도 시댁에 가지 않았지만 가지 않은 기간이 사실 길지는 않다.

작년 결혼식에 한 번, 이번 연도 설을 마지막으로 연락도 하지 않는다. 그전에는 결혼 전에는 있지도 않던 시댁 단톡방에

날 초대하여 매일 아이들 사진을 요구하고 안 보내면 전화해서 왜 안 보내냐 닦달을 받거나 수시로 전화도 요구하며 본인들은 딸이 없으니 내가 딸처럼 행동하길 바라셨다.

명절에는 전 날, 당일에도 새벽같이 오길 바라며 점심까지 먹고서도 친정에 가는 걸 아니꼽게 생각을 했었으며 종종 다음 날에도 누가 온다며 부르기도 했다.

남편에게는 내가 시댁과 절연함으로 본인도 불편하겠지 싶어 미안하지만 거즌 십 년 동안 갖은 잡도리를 당하고 살았던

나에겐 안 보고 사는 지금이 남편과 다툴 일도 없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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