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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08.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일 차, 2020.03.18

독일 베를린 Friedrichshain의 어떤 공유 거주공간. 일명 Co-living 아파트.

한국에서 돌아와 자가격리 재택근무 10일 차, 오후 2시.


같이 지내는 마케도니아 룸메이트가 급작스럽게 자기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마케도니아는 아직 의료 시설이나 기술이 선진화되지 못하여 내일부터 전국의 출입국을 전면 봉쇄한다고 한다.

본래는 이번 주 토요일에 돌아가려는 계획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정부의 발표에 내일 마케도니아에 도착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고 한다.


우리 회사도 전체 문을 닫고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간 지 3일째.

길거리에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기분 탓인지 유독 마트에 장을 보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선진국 독일의 사회 체계와 정부의 관리 능력을 믿으며 크게 요동치 않으려는 나는

룸메이트의 갑작스러운 귀향 소식과 그와 함께 전달받은 유럽 전역의 취약한 의료 시설 관련 내용으로

마음이 상당히 혼잡해졌다.


모두에게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나나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의 집을 찍어 올리곤 한다.

본래부터 비좁다고 느낀 나의 3평 남짓한 단칸방은,

4.2인치 안에 그 화려한 집들에 비교하여 너무나도 초라해 보이고,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에도 호구마냥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는 나의 모습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독일의 코로나 감염자 수처럼 대책 없어 보였다.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지,

혹은 지금 상황을 감사했어야 할 상황이 추후 찾아올지,

아무도 예상을 못하는 상황에서,

뭇사람들의 긴장감은 마치 전시를 방불케 하지만

아직도 마스크 착용하는 사람 하나 보기 힘든 우리 동네의 안일함은 한심하기만 하다.


내일부터는 정말 이제 혼자인 것이다.

전쟁터 홀로 남은 군인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 전쟁의 기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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