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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09.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2일 차, 2020.03.19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일 차, 2020.03.18

같이 살던 친구가 떠난 이후로 조금은 후련해졌다.

좁아터진 집이지만 그래도 혼자 전체 공간을 사용한다는 건

아무래도 답답한 재택 생활에 조금 더 호흡을 더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다줬다.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 담아 보내준 한국 식품도 받고,

그렇게 구하기 어렵다는 화장실 휴지도 두 묶음이나 샀다.


어제는 유독 날이 따뜻했다.

10일째 집에서만 보낸 답답한 몸과 마음을 달래러 잠깐 산책을 나갔는데,

코로나바이러스를 어색하게 할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음식점과 술집과 공연장이 닫히니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 모여서 피크닉을 하고, 술을 마시고, 춤도 추고 운동도 하더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안일한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굉장히 한심하게 보였고

또한 이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많은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인지하는 독일의 시민 의식 수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 독일의 적나라한 나체를 조금 엿보여주는 듯한 오늘의 모습은, 마치 알지 말았어야 할 비밀을 알아버린 것처럼,

그래도 내가 현재 지내는 나라는 훌륭하다는, 나의 최근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다짐에


조그마한 의심 바이러스 숙주를 내 머리에 심어버렸다.


이 바이러스는 분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활동이 활발하고 전염성이 심해서,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독일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생각에 자리하고

현실의 선택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독일은 내가 꿈꾸던  나라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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