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일 차, 2020.03.18
안식이 깨졌다. 단 하루 만에.
아담이 선악과를 먹어 죄가 세상에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지만
에덴의 흙먼지만도 못한 이 좁아터진 집구석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이다.
전의 룸메이트가 떠난 후 혼자 있을 외로움과 혼자 있을 자유 사이
그 선택을 충분히 즐기지도 못한 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 무딘 사람일지 예민한 사람일지가 제일 먼저 신경 쓰인다.
최근 몇 년 부쩍 예민해진 성격 탓인지 지난 몇 명의 룸메이트들의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다.
더러운 새끼, 시끄러운 새끼, 마약 하는 놈, 물담배 피워대는 놈. 게임에 미쳐서 소리 지르는 놈,
집에서 힙합 한다고 밤낮없이 음악 작업하는 놈, 화통 삶아먹은 듯 한 목소리로 나보다 더 남자 같은 여자 룸메이트 등.
그 사람들이 한글 못 읽는다고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묘사한 점에 조금의 사과를 보낸다.
봄기운처럼 부드러운 나의 마음은 이미 요동치기 시작했다.
요즘 계속 불만스러운 이 좁아터진 집구석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나는 아직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코로나가 급속도로 창궐하는 이 상황에서 새롭게 들어올 룸메이트에게
시작부터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마주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얼굴로 반길 것인지.
예방을 위해서는 그 친구에게도 마스크를 끼워야 하는 것인지,
식기구까지 분리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 친구도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욱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예민한 사람일지.
페루 출신 31세 남자. 이름은 유리. 한국에서는 소녀시대 이름이다.
첫인상은 좋다.
나는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니까.
앞으로의 며칠이 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