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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09.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4일 차, 2020.03.21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3일 차, 2020.03.20

자가격리 14일째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마음에 비장함이 가득했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동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정말 있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독일인들은 마스크를 얼마나 사용할지

호기심과 걱정, 그리고 보러 가는 집에 대한 기대감까지.


베를린 지하철은 극도로 한산했다.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보인 사람들. 그중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도 한 명 보인다.

많지는 않지만 심심하지 않게 보이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 혹은 목도리나 옷으로 입과 코를 가린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의 독일 사람들도 많은지라,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름 극성을 부리는 사람인 듯했다.


햇살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 지어져 가는 꽃조차 있었다.

전염병을 뚫고 피어난 꽃은 따스한 햇살 받으면 삼삼오오 어우러 피어져 가며

집에만 머물러 지내는 사람들을 비웃는 듯하다.

너네 이 새끼들 그동안 그렇게 자연 해치면서 깝치더니 꼴좋다 이놈들.


인간이 무기력하게 지내는 동안 밖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

방구석에 앉아 이 상황이 종결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능함과 무관심을 깨우치는 듯.

너네는 그 무능함을 깨닫고 마땅한 때를 기다리고 있으라는 듯.


인간의 고집과 무관심으로 고통받던 생명들은 활기를 찾고 있다.

이제 고통받는 인간에게 자연이 말한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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