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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12.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0일 차, 20200327

지루했던 재택근무도 3주가 지나가니 몸도 정신도 익숙해졌는지 하루하루가 빨리 흐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녹차를 내리고, 아침 화상회의에 너무 퍼질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눈곱도 떼고 상의만 갈아입고 13인치 화면 너머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회의라고 하기엔 안건이 없다. 

서로 안부를 묻고 잡담을 나누고 고립을 느낄 수 있는 직원들을 붙들어주는 시간이다. 

아침 화상회의 후에 오늘 업무를 정리하고 침대에서 다시 뒹굴거리다가 

다시 일을 조금 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오후다. 


지루하기만 했던 재택근무의 일상도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낀다는 것. 

변화에 두려워하고 일상은 견뎌내 간다는 것.


변화는 식사에 영향을 미친다. 허기짐을 느끼는 주기가 길어졌고 게으름에 따라 식사의 빈도도 줄어들었다.

급여가 줄고, 식료품점의 제품의 재고가 줄어드는 것을 핑계 삼아서 

지출을 더 줄이고자 장 보러 가는 일을 미루고 있다.

어제는 어쩌다가 식사 시간을 놓쳤는데, 그 영향으로 오늘까지 기력이 떨어진 느낌이 들어 제대로 식사를 챙기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음식은 파스타. 

한국에서는 서양 식당을 가서 먹는 음식인데 여기서는 마치 라면과 같은 음식이다. 

그래도 한국 사람인 나는 파스타라고 생각하니 거나한 양식을 먹겠거니 한다.


있는 재료를 소진하는 마음으로 만든 파스타는 된장 떡갈비 까르보나라 파스타.

간략하게 음식을 소개하자면,

오리엔탈 코리안 쿠진의 엘레강트 로열 버거 페티의 정교하고 트레디셔널한 테이스트와 

유러피안 수출용 샘표 소이빈 페이스트의 세렌디피티가

더해진 정통 유기농 페코리노 치즈의 풍미가 부드러운 계란과 어우러지는 파스타.


오 정말 정체성이 없는 맛이다.


한식도 아니고 서양식도 아닌 그렇다고 맛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닌 것이, 


굳이 그 맛을 묘사하다면 슬프다. 


음식을 만들어 챙겨 먹으려 했더니

자화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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