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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17.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1일 차, 20200328

얄미운 햇살

셔터를 끝까지 내린 방안에는 낮 12시가 넘도록 햇살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다.


유럽 겨울의 끝을 알리는 서머타임이 곧 시작되는지도 모른 채 한 해의 1/4이 지났다.

어둡고 춥고 축축하면서 건조했던 그 시간에 아직도 머무르고 있는 줄 알고 한껏 닫아놓은 셔터 밖에는

얇아진 옷차림의 사람들과 이미 피고 지어 잎사귀를 내는 나무들이 있었고

간간이 비추던 햇살의 빛깔조차 따뜻함을 가득 품어 내 방 창문을 두드린다.

그럼에도 셔터를 가득 내린 내 방 안에는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다.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서는 전구만이 나에게 빛이 된다. 

천장에 하나의 전구가 있고 책상에 또 하나의 전구가 있다. 햇살을 닮은 주광색이다. 

축축한 겨울 햇살은 되려 기분 나빠 겨우내 닫아놨던 셔터 그리고 더불어 추위를 막아 굳게 닫아 잠근 창문들.

외부의 소통이 없어도 나에겐 전구가 있으니 어려움이 없다.

그렇게 숨 막혀 가는 줄도 모르고.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 

같이 지내던 룸메이트는 자기 나라로 돌아갔고

가깝게 지냈던 한국 친구도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은 한국에 아직 머물러 있고

내 소중한 가족들도 멀고 먼 그 나라에 있다.


3평 남짓 단칸방에 무심코 들어오는 봄 햇살이 얄밉다.

얄미운 햇살아

외롭지 않은 나는 그냥 코로나 바이러스 탓이나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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