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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3. 2024

시선은 아직 정처 없이 천장을 맴도는데 발이 시린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31일 차, 20200417

마음이 허전하거든 책을 읽자.

책을 읽다가 집중이 되지 않거든 잠을 청하자.

잠이 오지 않으면 다시 책을 읽자. 

가끔 허기짐이 찾아오거든 아무리 귀찮아도 밥을 먹자.

혼자 밥 먹는 일이 쓸쓸하더라도 꿋꿋하게 먹자.

아직 마음이 허전하거든 책을 읽도록 하자. 

혹여나 몸이 아프거든 마음 탓을 하자.

약한 마음이 몸을 예민하게 만든다. 


한국인 플랫메이트가 생겼다.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여기는 베를린이니 덜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당히 어색하다. 유리와 대화를 나눴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교류가 없다.

해외 생활의 제일 큰 맹점 중 하나를 생각한다. 

같이 지내는 가족이 없는 이상 통신수단이 단절되면 그 어느 누구도 나의 안부를 확인할 수 없고,

같이 사는 사람도 안부에는 관심이 없고, 굳이 확인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는 것. 


멍 한 내 시선 끝이 방 천장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초점 없이 방황한다.

눈을 분명히 뜨고 있는데도 보이는 것이 없다. 

4월 중순이 넘어가는데 발 끝이 많이 시리다. 빌어먹을 수족냉증. 시선은 아직 정처 없이 천장을 맴도는데 발이 시린다.

침대에 누어 벽으로 시선을 옮기려 몸을 옆으로 돌리는데 평평하지 않은 침대 갈빗살이 내 갈비에 느껴진다.

돌아본 벽에도 보이는 것은 없다. 마음이 허전한데… 책이 잡히지 않는다. 금요일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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