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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3. 2024

침묵의 흐름 속에서 너의 말을 듣고 싶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32일 차, 20200418

오늘은 많은 시간을 화면 앞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보냈다. 

느지막이 일어난 토요일 오전은 아무리 한없는 재택근무 기간이더라도 여유를 가져다준다. 

어설프게 끓인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고 스스로 뿌듯해하며 다시 정처 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 몇 주 토요일마다 갖는 온라인 모임이 있다. 한 번 시작하고 나면 종료 시간을 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그 모임은 나 같이 한량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딱 맞는다. 

각자 집에서 모임을 갖다 보니 시간이 주는 제약이 더욱이나 약하다.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도 말을 뱉는다. 끊임없이 반복된다.

진위 확인이 불필요한 말의 진실성을 생각한다. 거짓말이 불필요한 말의 진실성을 생각한다.

얼마나 스스로에게 진솔한 말을 뱉고 지내며, 

화자가 있는 말과,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말의 진솔함의 정도는 얼마나 다를까. 

듣는 사람이 없어도 진솔함이 묻어 나오는지. 나의 말로 나를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본인이 구성한 생각 안에 살면서 마치 내 생각이 현실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선호를 물어보는 질문, 상황 별 대처를 물어보는 질문 등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을 했는지 나의 대답을 했는지 

답변을 한 이후에 스스로에게 물을 때가 잦다.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있다. 그렇지만 혼자 있고 싶은 시간도 아니다. 

특별히 어떠한 것을 같이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가만히 있고 싶은 것이다. 가만히 그리고 같이. 

대화의 압박과 행동의 압박이 은연중에 불어넣는 기묘한 꾐이 있다.


자연스러운 침묵이 좋다. 그렇게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시간 속에서 내가 원하는 말이 아닌 나의 말을 뱉을 수 있겠다. 

너도 그러면 좋겠다. 자연스러운 침묵의 흐름 속에서

너의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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