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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3. 2024

내용 없는 일상. 내용 없는 삶. 내용 없는 글.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39일 차, 20200425

내용이 없는 글을 계속 써 내려간다. 

비록 독자가 많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읽을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마음이 조금은 있기 때문에 나의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솔직함이 내용 있는 글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실력의 부족이고 재능의 부족이고 연습의 부족이다.

그래서 더욱이나 내용이 없는 글을 계속 써 내려간다. 

그런 것이 요즘 나의 삶이다. 내용 없는 일상. 내용 없는 삶. 내용 없는 글. 


맥락이 없는 글을 계속 써 내려간다. 

정처 없이 시작되는 하루에서 주어진 일들을 하거나 정말 해야 할 것들만 해나간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선호에 따라서 밥을 먹거나, 씻거나, 무엇을 보거나, 잠을 자거나.

정처 없이 떠도는 대양의 뗏목처럼 노도 없고, 돛도 없고 닻도 없고 사공도 없이 맥락 없이 둥둥 하루를 떠다닌다.

맥락 없는 하루이기에 맥락 없는 글만 써 내려간다. 


최근 원피스 만화영화를 보는데 시간을 제일 많이 쓴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원피스를 보는 것 만한 일이 없다. 

클릭 몇 번이면 나오는 영상.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내용이 이해가 되고 20분 남짓으로 끊어지는 매 화는 긴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다.

한 회 보고 화장실 가고, 한 회 보고 다른 짓 하고, 한 회 보면서도 다른 짓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되거나 혹은 나도 모르게 잠들어있다.


끊임없이 흘러져 나오는 이야기의 흐름이 나의 삶과 크게 대비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나에 비해서

작중 인물들은 끊임없이 내용을 전달하고 있고, 또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를 생각하면 내 모습이 초라해진다.

초라한 마음에는 작은 것조차 부럽다. 이야기가 있는 삶도, 내용이 있는 하루도.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 

나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남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하면서 매일 글을 쓰지만 

아무 내용 없는 이런 하루는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다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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