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릐 Jan 23. 2024

아무 일도 없는 일상 속에서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40일 차, 20200426

어떻게 주말이 흘러간 지도 모르는데 벌써 일요일 밤이다. 

한 없이 흘러가는 재택근무의 나날에서는 시간을 감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멍 때리고 있다 보면 점심이 오고 오후가 되고 밤이 찾아온다. 

해 지는 시간이 늦어졌어도 어김없이 일요일 밤은 찾아온다. 


아무 일도 없었던 그 한 주 안에서 내 마음에서는 전쟁과 요동이 멈추질 않았다.

하루하루 기억해 내면 아무런 일도 없었건만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의 감정은 그날 그날 달랐다. 

접촉이 없는 일상 중에 도착하는 누군가의 연락이나, 혹은 도착하지 않는 누군가의 연락 하나가 

썩을 만큼 잔잔한 호수에 떨어진 한 잎새가 불러일으키는 물결처럼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고요히 고요히 마음속 언저리를 철썩철썩 때린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까지 멀어지면 안 되는데 

평소 잘 지내던 지인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한 주였다. 

연락을 보내도 답장을 보내지 않는 친구며, 연락이 와도 답장을 보내지 않은 나. 

막상 만날 수 없으니 할 이야기가 없는 친구들. 

건조해진 피부의 각질처럼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죽은 관계들. 


홀로 지내는 일요일 밤, 내 컴퓨터 화면을 채우는 살아있는 사람들. 

내 짧은 생각을 탓하고, 좁은 마음을 탓하며

내가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혹은 나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표현은 못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속에 함께 하는 것일까 

아무 일도 없는 일상 속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내용 없는 일상. 내용 없는 삶. 내용 없는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