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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9. 2024

온전히 지나치자.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54일 차, 20200510

약 두 달간의 고립생활. 매일매일 찾아오는 감정의 태풍을 견디고 뚫고 참아오면서 항상 마음속에 되뇌었던 말.

지금 이 시간이 훗날 되돌아보면 꼭 필요했다고 되뇔 수 있게 온전한 인내로 견뎌내자.

훗날 찾아올 감사함과 행복을 소망하며 비록 오늘 마음이 안 좋더라도 누구 탓하지 말고 온전히 지나치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 상황은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독일에서도 완화된 규제로 인해 확진자 증가세가 다시 조금 늘었다고 한다.

회사는 내일부터 사무실을 개방하지만 자발적 출퇴근을 실시한다. 행여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싶은 사람은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매일 대중교통을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하고 싶지 않다.


주변 상황은 바뀐 것이 없지만, 나의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한 사람이 줄 수 있는 희망의 수치가 이렇게도 높을 수 있구나 생각을 하면

예전에 보았던 전쟁 영화에서 편지 하나에 기대어서 가족들과 연락하고

그들을 다시 보겠다는 희망으로 버텨온 나날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생명이 다가오니 생명이 피어난다.


지난 두 달 온전히 보내온 인내의 시간에 대한 보답인지, 작은 것 하나하나가 감사하다.

감사함이 들어온 마음은 비록 물질적 상황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일상을 여유롭고 풍족하게 한다.

행여나 시간이 지나 감사함과 소중함이 옅어질 순간이 벌써부터 두렵다.

다짐을 한다고 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매 순간 다짐한다, 이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지 말자고.


입냄새 난다고 한 마디 듣는다.

드디어 샤워도 하고 면도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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