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흐릐 Mar 08. 2024

반갑게 문을 여는데 경찰이 서있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63일차, 20200519

최근 온라인으로 구매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소기, 옷장, 빨래건조대, 주방용품 등 여러 가지 물품이 올 예정이다.


독일의 배송은 불친절하고 부정확하기로 악명이 높아 걱정이 많다.

집에 있었는데도 배달원이 본인이 배송하기 귀찮아서 집까지 배송을 안 하고 다른 배송 가게에 맡겨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고 배송이 늦는 경우도 굉장히 잦다.

한국 같은 경우는 고가의 물품을 살 수록 배송비가 적거나 무료인데 독일은 어찌 된 일인지 비싼 물건일수록 배송비가 더 붙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온라인 쇼핑을 한 이상 배송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차를 마시면서 배송을 기다리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당연히 택배기사인 줄 알고 반갑게 문을 여는데 경찰이 서있다.

내가 평소에 봐왔던 젊고 강인한 경찰은 아니고 연세가 지긋하고 배도 나온 그런 경찰 아저씨였다.

빠르게 독일어로 뭐라 뭐라고 하는데, 얼핏 이해하기로는 어떠한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 같다.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지난주에 막 이사를 와서 이 동네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집을 처음 넘겨받았을 때 오염된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식기세척기나 세탁기의 상태가 굉장히 더러웠고 벽에는 담배 연기로 찌든듯한 얼룩들이 곳곳에 박혀있고

특히나 화장실에는 니코틴 얼룩이 천장과 벽 구석에 가득했다.

청소를 조금 했지만 아직 다 닦아내진 못했고 이따금 찌든 담배 냄새가 풍기곤 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살았기에 집 상태가 이런가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경찰까지 찾아오니, 혹시 여기 살던 사람이 범죄자는 아닐까. 괜스레 찝찝하다.

영화에서 나오면 신박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지금 내가 지내는 공간에서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영화와 현실의 괴리를 실감한다.

아니면 혹시 형편이 어려워서 강한 스트레스에 많은 담배를 피우며 걱정에 사로잡혀 살던 사람이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미안해. 내 마음이 더 넓지 못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