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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CEO Sep 10. 2023

벼랑 끝 LG, 천재 화가 피카소의 언런을 시도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니고 ‘폐’고지신(‘廢’故知新)

벼랑 끝 LG, 천재 화가 피카소의 언런(unlearn)을 시도하다.


지난 2021년 1월, LG는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2015년 2분기 이후 누적적자 5조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비운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전면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고 공식화하였는데요,

LG의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임을 자신하지만

시장에서의 외면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나 봅니다.


물론 LG의 사업 구조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과거 반도체를 버리고 배터리에 집중하였고,

또 브라운관을 버리고 디스플레이에 집중하여,

덜어낸 이상으로 잘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휴대전화 – 스마트폰 사업부의 구조조정만큼은

매우 힘든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LG는 1995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하여

2010년에는 대세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이어왔습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려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아주 잠깐 영업이익의 단맛을 맛보았을 뿐,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에 치이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와 샤오미에 밀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2%에 그치는 쓰디쓴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LG의 스마트폰 기술력은 다른 다양한 사업부에서 상당수 활용 중이었습니다.

계열사들의 핵심 기술 대부분이

바로 이 스마트폰 사업부의 선행기술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어마무시한 적자 속에서도

사업부의 존속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LG의 결단은 천재 화가 ‘피카소’를 떠오르게 합니다.

피카소는 과거로부터 단절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특유의 표현법을 선보이며 현대미술에 거대한 획을 그은 거장이 되었습니다.


혹시, 피카소의 아버지도 화가였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어릴 적 피카소가 그린 그림을 보고

피카소의 아버지는 화가의 길을 그만두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 실력이 너무 천재적이어서요.

아, 우리에게 익숙한 입체주의 그림이 아니라,

누구나가 다 너무 잘 그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와 색채, 원근법을 표현한 그림을 보고서요.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피카소는 20세에 프랑스로 갑니다.

낯선 예술의 도시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화가들의 작품들을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더 이상 뛰어난 화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조숙한 천재성은 나이 듦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고,

본인만의 새로운 것을 찾아야 거장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피카소 그림은 종종 비난받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난해하거든요.

그림을 즉흥적으로 너무 쉽게 그린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소문난 그림 신동이었다니 믿기 어렵습니다.

천부적인 재능도 연습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데,

노력을 게을리 한 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피카소의 진가는 사후 그의 아틀리에에서 발견된 수백 장의 연습 스케치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 스케치의 양은 보통사람이 매일을 쉬지 않고 그려도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는 ‘언런(unlearn)’을 위해 매일 매일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연습을 하였던 것입니다.

언런이란, ‘폐기학습’입니다.

‘지금까지 학습해온 것을 버리는 학습’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즉흥적인 그의 그림은

사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기존의 잘 정형화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 노력한 결과였던 것입니다.


언런의 방향성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back to basic)’입니다.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찾기 위해 다양한 모방도 해볼 수 있습니다.

단,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재창조시켜야 합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장난감이 궁금해지면 분해해보고 다시 조립할 때는

전과 다른 새로운 형체로 만들어내거나 혹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하는 것처럼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 1656)>에서

‘피카소’의 <시녀들(Las Meninas, 1957)>이 태어난 것 - 이것은 혁신입니다.


어쩌면 언런은 이 시대의 비상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7살에 정확한 그림을 그린 피카소는 스스로 천재가 아님을 인정하고

부단히 노력하여 결국 천재가 되었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LG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철수하지만

결국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장의 승자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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