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카페 운영 1년 6개월 후
의자에 앉은 내 뒤쪽에 설이, 커피머신 아래에 살구가 있다. 반려묘들이다. 내생에 온전히 책임져야 할 고양이들이 생길 거라는 건 상상하지 못했는데 시골에서 간택당했다. 시골 카페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인연이란 항상 신기하다. 외롭고 슬프고 추웠던 적절한-이것이 적절한 단어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타이밍에 내 마음속에 들어왔으니까.
대략 1년 6개월 전의 일이다. 시골 카페를 시작한 때였다.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해왔던 일에 쉼표를 찍고 카페를 운영하기로 결심한지도 1년이 흘렀었다. 이전 직업에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은 건 현재 내 삶을 만든 것이 10년 간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언젠가 돌아갈 곳이라도 만들자는 얕은수 역시 1할은 포함된 나름의 대비책이다.
이직과 함께 처음으로 시골에 터를 잡으면서 이상과 현실은 충돌했다. 크게는 이곳에서도 내 또래들과 커뮤니티 형성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웬만한 추진력으로는 쉽지 않았다. 도시처럼 집과 집 사이가 붙어있지 않아서 -특히 카페 자리가 도로 사이 덩그러니 있다- 물리적인 거리가 심리를 지배하기도 했다. 적은 자본금으로 인테리어 업자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고립된 곳이라 좌절감도 몰려왔다. 소소한 문제라면 자가용 없이 살아가기엔 더욱더 강한 고립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기동성이 없으면 가게를 꾸려나가기에도 쉽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예상치 못한 차 구매까지 마치고 나니 앞으로 살아갈 나날에 긴장이 더해졌다. 일을 하면서 안정감은 도대체 언제 느끼는 건가 그런 감정은 나와는 먼 이야기인가 감정이 요동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잠깐의 파도처럼 지나갔다. 저금과 약간의 대출, 그리고 엄청나게 몰아친 시행착오를 겪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이상하게 낙관적이었다. 저 마음 한 구석이 반짝거렸다. 확신이었다. 잘 될 거라는 막연한 확신. 사실 아직까지도 확신의 끝까지 가보지 않았기에 그 반짝거림이 보석인지 눈물인지는 더 가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