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저도 자영업자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명절에도 일을 한다

by 소심한나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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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한 지 보름이 넘었고 내일이면 큰 설날 연휴도 시작이다. 그저 어떤 하루 혹은 며칠의 기간일 뿐인데 명절이라고 명명하면서부터는 바깥 분위기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다. 도로를 달리는 차바퀴 흐름 소리가 괜히 경쾌하게 들린다. 누군가들에게는 즐거운 연휴가 아니겠지만 달력 속 빨간 날은 늘 설렘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비슷한 업종의 자영업자가 그렇듯 나의 시골카페도 명절에 문을 연다. '명절은 휴일'이라는 이론이 내게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전 직업이 방송 계열이었기에 촬영 대상이나 장소를 잡을 때 휴일이 오히려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긴 공휴일은 더욱 그랬다. 쉴 수 있더라도 컴퓨터와 종이 더미를 바리바리 챙겨 무거운 가방을 이끈 채 본가로 가야 했다. 섭외 장소의 촬영할 내용을 정리하거나 촬영 원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세세한 일거리를 말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촬영이 완료되거나 방송 송출이 되면 또 그만큼의 안도감과 쾌감이 있었다. 그것이 10년 가까이 일을 하게 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다시 명절에도 문을 여는 나의 시골카페로 돌아와 본다. 공휴일이면 더 못 쉬고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도 없어졌지만 왜 지금을 즐겁다고 여기는 걸까. -심심하다고 해서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완벽한 하루의 끝이 있다. 손님에게 실수로 돈을 덜 받거나 더 받지 않는 이상, 법적인 소식이 오고 갈 정도의 최악의 상황이 아닌 이상 주문을 받고 음료를 내줄 때까지의 과정이 끝나면 나의 소임은 끝이 난다. 컵 치우기나 설거지 등의 잡무는 오로지 나 혼자서 언제든 끝내면 되는 일이다. 바쁜 날이었어도 영업시간이 끝나면 손님맞이는 끝이 나고 내일이 오면 업무는 리셋된다.


또 내가 억지로 아이템을 짜내지 않아도 다수의 에피소드가 생겨난다. 손주 덕분에 카페에 처음 오시던 어르신의 어색하면서도 기분 좋은 표정을 잊지 못한다. 집안일에 혼신을 바친 큰어머니가 가족 다 모인 명절날 모두 앞에서 서러움이 폭발해 소리치신 뒤 나에게 사과를 했던 일도 있었다. 당시엔 초보 사장이었기에 커피를 어떻게 내렸는지 정신이 없기도 했다. 오랜만에 고향에서 만난 친구들, 캠핑하면서 아침과 오후 다 들른 고마운 가족, 반려동물과 여행하던 커플도 기억난다. 유독 다양한 세대와 구성원이 모이는 날이 명절이다.


여전히 명절에도 일을 하지만 오가는 사람의 다채로운 일상을 잠깐 만날 수 있어 감히 즐겁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니, 훨씬 평온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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