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겨울
"띵동"
'[행정안전부] 전국적으로 한파특보가 발효됨에 따라...'
코로나19로만 울리던 재난문자에서 한파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출근길 어쩌나, 옷은 몇 겹 껴입어야 하나 고민만 하던 내가 시골에 오니 달라졌다. 동파 방지, 수도 관리 등 큰 일은 가족이 모두 살펴보고 있다. 대단한 시골살이를 하는 것 아니다. 다만 도시와는 다른 고민을 하고 생각하지 않던 부분을 본다.
겨울이 오면 마감 시간에 카페 수돗물을 살짝 틀어놓는다. 땅이 얼 정도로 날이 추워지면 그 아래 수도관 물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터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길이 멈춰 그 자리에 얼어붙으면 난감하다. 수도꼭지부터 역으로 훑으면서 뜨거운 바람을 쏘고 끓인 물을 부어가며 녹이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런데 이번에는 2층과 연결된 물이 얼어붙었다. 수압을 끌어올리는 펌프까지 동파되면서 더 난감한 상황이 펼쳐졌다. 펌프가 고장 나면 고장 났을까 얼어서 터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펌프가 있는 집문을 제대로 고쳤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선 급하게 동네 분에게 부탁해 새 펌프로 교체하고 수도관에 얼어있던 얼음까지 녹이고 나서야 일부만 겨우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머지 깊숙한 부분은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 말인즉슨 바로 내가 쓰던 공간에는 당분간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한파가 지나가더라도 기약이 없다. 꺼내지 못하는 어느 수도관 속 얼음이 언제 녹을지는 그 얼음만이 알겠지. 덕분에 매일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화장품, 세면도구, 옷가지들을 챙겨 식당 한편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으니까. 뜨거운 물이 나오고 바닥 뜨듯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게 어딘가 싶다.
시골의 겨울은 신경 쓸 것이 많다. 해는 짧고 새벽은 추우니 보살피지 않으면 가장 약한 곳이 드러난다. 찬 바람과 맞서다 얼어붙은 수도 펌프처럼.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려나. 내 속에 있던 수많은 감정 속에서 꼭 가장 약하다고 느낀 부분이 가장 위로 올라온다. 공허함, 외로움, 고립감 같은 쓸쓸한 느낌의 감정 언어다. 도심과 다르게 해가 지면 주변은 빠르게 어두워진다. 겨울처럼 해가 기우는 시간이 이르면 어둠 속에 있을 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럴 때 약하다고 느끼는 쓸쓸한 감정 언어들이 치고 올라온다. 한파 속의 수도관처럼 잘 보살피지 않으면 사로잡혀 버린다. 시골의 겨울은 그렇다. 이 계절을 잘 보내기 위해서 나를 더 잘 살펴야 한다. 언젠가는 이 시간이 그리울 것이고 다시 봄이 오면 더욱 기쁘게 맞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