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골카페가 도시 진출했어요.

눈물콧물 오픈기

by 소심한나무씨

시골카페를 열 때도 그랬다. 카페 공사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목수 아저씨의 손길에 생애 처음 욕을 하고 눈물콧물 흘리며 예상 기간을 훨씬 넘어 오픈했다. 지연된 기간은 한 달이 훨씬 넘었다.


그때는 예산이 턱없이 적었고, 나름대로 카페 공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지만 실전은 처음이었을 나의 적응기라고 생각하며 일해왔었다. 가끔 예상과는 훨씬 다르게 제작된 커피바를 닦다가 문득 공사의 기억이 떠올라 분노할 때가 있었지만 그저 인생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 중 하나로 여길 정도로 잘 추슬러왔었다.


그 후 도시 진출을 위해 예산을 마련한 뒤 여러 업체와 차례대로 현장 사전 미팅을 하면서 이번만큼은 실패 없는 공사를 하겠다며 굳은 결심을 했다. 업체를 고를 때에는 오롯이 내가 지닌 매의 눈과 예민한 촉으로 진행될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다.


처음 애를 먹은 건 앞서 말한 전기 업체와의 문제였고 그다음으로는 1% 부족한 마감 공사였다. 소위 젊어 보이는 여자가 혼자 연락해서 추진을 하니 쉽게 생각한 걸까? 하는 별의별 생각을 다 들 정도였다. 좋은 마무리를 하겠다며 별다른 어필도 하지 않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그러다가 머릿속 긍정 회로를 억지로 돌려 모든 것이 잘 돌아갈 때에는 이런 것쯤은 문제도 아니라며, 또 내가 수습을 다시 할 수 있는 돈을 모으면 되지! 하면서 내 눈을 가리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여기까지였다면 큰 문제없이 오픈 준비를 했겠지만 새로운 출발은 언제나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는다. 큰 마음먹고 하이엔드급 커피 머신을 구매한 나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기계 결함이 있었던 것. 설치하던 날 압력 계기판 고장으로 커피 추출과 우유 스팀 시연을 바로 못해본 것이 화근이었다. 가오픈 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오픈 당일 맥없이 '0'으로 떨어지는 스팀 압력에 따뜻한 라테는 주문이 불가하다는 어이없는 대책을 세우고 업체와 이곳저곳 정비를 해 나갔다. 가오픈 기간은 그렇게 말 그대로 망쳤고 눈물을 머금으며 진짜 오픈 준비를 위해 일주일 쉬겠다는 공지를 붙이고 올렸다. 우스갯소리로 근심요정이라는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주고서는 이른바 멘붕의 경지에 다다랐다. 며칠을 할애해서 원인을 찾았다. 본격적인 오픈을 위해 다시 힘을 냈고 두 달 뒤의 나는 행복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 참 좋았겠지.


잘못된 뽑기 운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었고 두 달 뒤에 다시 화력이 붙었다. 그날은 보름 전 일요일이었다. 과열로 기계가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 강제 휴무를 해야 했다. 하루에 걸쳐 또다시 원인을 제대로 찾아서 고쳤지만 리콜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픈 때 눈물콧물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오픈 이후로 어떻게 카페를 운영해 나가야 할까 이런저런 시도를 계속해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었다.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한번 커피 머신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나마 있던 용기와 의지가 확 꺾여버린 것이다. 자려고 누우면 눈물이 났고 저녁을 먹고선 바로 체했다.


지금은 어떨까? 근심 요정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잘 헤쳐나가고 있다. 모든 상황이 빠르게 나아질 거라는 헛된 희망 대신에 차근차근 0.1센티미터씩만 앞으로 나아가자고 아주 작은 노력만 매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기쁨도 얻었다. '나의 불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몰라.'라는 불안한 마음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삶은 유한하고 우주 안에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찰나일 텐데. 눈물콧물만 흘리면서 불행 배틀을 펼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우당당탕 도시 진출한 김에 따뜻하고 재밌는 할머니가 될 고민을 하겠다. 물론 카페가 더 잘되면 좋겠다는 욕망을 한가득 안은 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애 첫 네잎클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