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도망쳐, 아니 도망치지 마.
구불구불한 국도 위로 차들은 쉴 새 없이 지나가고 단비 같은 커피를 만난 나들이객은 이내 즐거워한다. 도시로 옮겨 나는 없지만 1년이 지난 시골카페는 여전히 바쁘다.
도시카페에서 나는 노트북을 펼친다. 적당히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동네 거리에는 행인이 거의 없다. 바람을 따라 외곽으로 모두 나간 건 아닐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우려던 찰나 얼른 채용공고 사이트를 여기저기 살펴본다. 내 이력으로 지원할만한 공고에 맞춰 사회생활 이후로는 써본 적도 없던 자기소개서를 쓰려한다.
별안간 사장에서 왜 취업준비생이 되었는가?
도심에서의 지난 1년의 경험은 너무 매웠다. 내가 알아서 한 결과는 형편없었다. 재정적인 부담에 눈물로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되풀이되었다. 세상 겪어보지 못한 압박감이었다.
공사 비용으로 탈탈 털어 쓴 나는 겁 없이 여유자금도 없는 채로 두 번째 가게를 연 것이다. 대출을 또 다른 대출로 갚으며 버텨왔다.
계절을 타는 겨울 시즌 메뉴가 끝나고 날이 풀리자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골목에 어중간하게 있는 내 카페는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진짜 비상이다.
다시 노트북 앞으로 돌아가자면 이런 이유에서였다. 불안한 매일을 견딘다는 것이 한계가 올 때쯤 비상구라도 찾아야 했다. 확실한 고정 수입이 간절했고 이왕이면 내 경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취업 자료를 우편으로 부치고 면접까지 준비했다.
내가 현재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짐작될 것이다. 취업을 위한 몸부림은 한 달여만에 끝났다. 한참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있는 중에 잡고 있던 줄이 탁 끊어지듯이 모든 의지가 사라졌다. 반대로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기도 했다. 고정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시작했던 취업 준비를 핑계로 오히려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실패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 나는 도시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폐업하려 해도 만만치 않은 에너지와 비용이 필요했기에 당장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해볼 수 있는 건 해보고 천천히 마음을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 달을 도모하되 더 먼 미래를 그리는 것은 제쳐두기로 했다. 계획 기간의 범위를 최대한 축소하기로 했다. 카페 1년 평균 매출과 회복 가능성을 짐작했을 때 번창할 기회가 남아있다 해도 극적으로 수직상승할 수는 없다. 그럴 수 없는 구조다. 그런 현실을 명백히 인정해야만 했다. 헛된 희망고문은 있을 수 없다.
플랜 비가 없다면 이미 실패인 상황에 해볼 건 다 해보자. 언젠가 카페를 정리할 결심이 들 때까지, 그때 후회가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