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한나무씨 Jun 15. 2024

여름의 맛

여름은 입이 즐거워


며칠 전 오이, 토마토, 셀러리, 양파까지 야무지게 샀다. 사계절 구매할 수 있는 재료이지만 여름이면 다른 계절과 비교해서 저렴한 편이고 양이 꽤 푸짐하다. 단맛이 알맞게 올라온 양파는 어느 때보다 감칠맛이 나서 샐러드를 만들 때면 빠지지 않고 넣는다.


시골카페를 할 때에는 엄마가 가꾼 텃밭에서 바로 수확하자마자 이른바 산지직송으로 먹었다. 가장 생동감 넘치고 입안이 신선하며 즐거울 때가 여름이었다. 야외에서 오이를 무치고 감자, 가지는 지글지글 전으로 부쳐 먹었다. 상추와 깻잎에 고기를 싸 먹고 적겨자, 쑥갓, 케일을 곁들인다.


여름 채소를 먹는 것은 건강뿐만 아니라 행복한 기억을 남긴다. 더위를 잘 타는 땀순이에게는(나) 수영보다도 더 좋은 것이 바로 채소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모여 함께 웃는 순간도 이때가 많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여름 채소는 이토록 무더운 계절에도 잘 살아남았다고 증명해 주는 어떤 힘이 있기도 한다. 방울토마토를 따먹고 알알이 맺힌 빨간 보리수를 만져보고 청매실을 절이는 걸 게을리하면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기에 나를 지금 이 순간 움직이게 한다. 움직이다 보면 또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이런 이유로 죽음은 한 발짝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오늘도 여름 채소 가득한 샐러드를 먹었다. 다른 계절에도 분명 맛볼 순 있지만 지금처럼 살아있음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한순간 한순간 나는 제철 재료로 생을 이어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감사와 의심의 한 끗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