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의심의 한 끗 차이

기도해 줄게요

by 소심한나무씨


오늘 한 손님이 꽃 선물을 주셨다. 꽃 관련된 일로 매주 이 동네를 들른다며 오픈 초기부터 종종 오셨던 분이다. 꽃말은 배려이다. - 꽃 이름을 또 잊었다.- 마침 나에게 있던 엽서 속 그림과 비슷한 모양의 꽃이라 신기했고 고마웠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녀가 이어서 건넨 말 덕분에.


절에 기도를 드리는 중인데 이번 주말에 강원도에 있는 큰 절에 기도를 가신단다. 꽤 유명한 사찰이다.


"내가 오픈하자마자 여기를 다녔고 사장님한테 마음도 가는데 이 기회에 가게 잘 되라고 빌어드리고 싶어요. 돈은 적어도 되는데 이름이랑 생년월일은 정확해야 동명이인을 피할 수 있어서..."


경기가 어려운 때에 -최근에 경기가 좋은 적은 없었지만- 마침 카페를 열었고 홍보도 하기 전에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터라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한번 정도 나를 위해서 잘 되기를 빌어준다는 말이 기뻤다. 마음이 동해 쓱싹쓱싹 이름, 생년월일에 무려 태어난 시간까지 적어드렸다.


"카페 열고 마감할 때에도 감사하다고 빌어주면 좋아요. 특히 음력 초하루나 보름에 맞춰서 절에 공양하고 빌어드리면 더 좋지. 그런데 가게를 하다 보면 절에 갈 시간이 없으니까 시주승과 하주승 관계가 있는 거예요. 공양비를 사장님이 나한테 주면 내가 하주승이 되는 거죠."


시주를 부탁하는 사람이 시주승이고 시주를 하달받아 대신 절에 공양 올려 기도해 주는 사람을 하주승이라고 한단다.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5만 원 정도 들여서 매달 꾸준히 기도하면 기운이 좋아진다고 이어서 말했다. 물론 명상이나 감사 기도처럼 절에 공양을 드리는 것도 가계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한다면 나의 평안을 위해 그리고 가게의 번영을 위해 나쁠 건 전혀 없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게마저 잘 된다면 안 할 이유보다 해야 할 이유가 더 많다. 다만 나의 불안을 이용한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솟구쳤을 뿐.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지인 아니고서야 왜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이지? 하는 불신이랄까. 최근 각종 분야에서 나에게 부담 없이 그냥 빌어보라고 접근한 손님이 꽤 있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로 끝내고 공양비를 주지 않으면 그만인데 왜인지 계속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내 안에서 만들어 낸 불안 때문은 아니었을까? 부정적인 외부 상황이 나에게 올 때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는 아닐까? 의심은 곧 자기 성찰로 변했다.


마음이 가는 인사말은 잘 새겨놓고 내가 부담스럽다고 한 부분은 조각으로 도려내어 버리는 연습을 다시 해본다. 빈 카페보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앉아서 공간을 빛내어 준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꽃 선물을 받는 건 늘 행복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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