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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24. 2019

늙은 감성

영화 <장난스런 키스>

출처 : 영화 <장난스런 키스>

미완성 만화 <장난스런 키스>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장난스런 키스>입니다. 프랭키 첸 감독의 전작 <나의 소녀시대>와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막상 영화를 관람하니 그런 생각들은 전부 사라지는군요. 어쩌면 모험보다는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는 평타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요. 수많은 여성 팬들의 맘을 흔들었던 왕대륙과 <미인어>의 임윤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고, <나의 소녀시대>의 감독 프랭키 첸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애초부터 이 영화는 개연성따위 버렸습니다. 장르가 처음부터 하이틴 로맨스로 올곧게 뻗어나가니 별 할 말도 없죠. '부잣집 대기업 회장의 아들'과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흙수저'의 로맨스에 지쳤다는 우리의 아우성을 과감히 무시한 채 그를 오히려 과시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막장은 그래도 자부심(!)으로라도 보았지만, <장난스런 키스>의 소재는 국내를 넘어 이미 널리 퍼졌을 터.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이것 또한 장점 아닌 장점이라면, 타겟팅이 정확합니다. 왔다갔다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영화를 만들기보단, 정석을 따르며 영화에 한층씩 매력을 더하죠. 오네스트처럼(!)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은 '으엑 저게 뭐야'하면서 절레절레할 장면들이지만, 꽤 심쿵하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도 거의 배우들의 힘에 의존하다시피 만들어지는 거라 흠 잡을 곳이 없고요. 대만 영화 특유의 오버스러움과 유머 코드도 꽤 잘 섞입니다. 사실 오랫동안 영화계에서 시도에 시도를 거듭한 소재지만, 이미 그 결말과 그 끊을 수 없는 매력을 아는 터라 멈출 수가 없죠.


전형적인 길을 따라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따라갑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만 캐릭터에서나 이야기에서나 개성을 찾아볼 수 없죠. 처음부터 영화에서 개성이나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실망감이 따라오네요. 그래도 <나의 소녀시대>나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정도는 해 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부잣집 차도남과 통통 튀는 흙수저 여고생의 로맨스라니, 이제는 하도 많이 나타나 질리다 못해 어색할 지경입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오글거림을 넘어 소름까지 돋게 하고, 솔로들에게는 치밀어 오르는 꽁냥꽁냥 커플에 대한 엄청난 분노를 선사할 영화입니다. 다만 반대로 커플이 본다면 꽤 설레하며 볼 것 같기도 하네요. 왕대륙과 임윤의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케미로 어느 정도 뒷받침해 주지만, 어쨌든 그도 그때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하이틴 로맨스물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과감히(?)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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