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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Sep 22. 2018

<명당> - 관상에서 궁합을 빼면

9월의 영화에 대한 평-한줄평-별점을 올립니다.


오늘은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관상부터 시작된 계획된(?) 역학 3부작의 정점을 찍는 영화라지만,

<관상>에 기대었던 기대가 너무 컸는지 생각에 미치지 못한 작품입니다.

그럼, 이제 <명당>에 대해 알아볼까요?


-


<명당>

明堂, FENGSHUI, 2017

출처 : 영화 <명당>


연기력으로 모아진 힘을 시대와 배경에 흩뿌린다.


출처 : 영화 <명당>


영화 정보

감독 : 박희곤
배우 : 조승우, 지성, 김성균, 백윤식, 문채원, 유재명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 1개
126분
공포도 30점 액션도 40점 모험도 50점 사랑도 40점

줄거리

명당이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이다!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씨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게 된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세상을 뒤집고 싶은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이 나타나 
 함께 장동 김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한다. 
  
 뜻을 함께하여 김좌근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다른 뜻을 품게 되는데…


-


연기라는 도화지, 이야기라는 붓, 전개라는 손
출처 : 영화 <명당>


<변산>으로 친근한 이야기를 만들어 준 메가박스 플러스엠사의 신작, <명당>입니다. 흥했던 <관상>, 망했던 <궁합>에 이은 역학에 관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고요. (아쉽게도 <궁합>은 관람하지 못했지만, 관련은 없다니 다행입니다.) 영화 <명당>은 <관상>에서 세조를 다뤘듯, 이번에도 권력의 암투와 세상을 바꾸려는 흥선대원군, 그러니까 <관상>과 상황은 비슷하지만 시대는 조금 뒤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행히도 <관상>에서 옥의 티처럼 보였던 부성애나 신파의 요소는 쫙 빼고 진지한 모습으로 진정한 '명당', 그리고 땅에 대한 약간의 혈투와 대부분의 암투를 그려냈네요. 제가 <물괴>와 <안시성>과 <명당>을 모두 본 사람으로서 생각해보자면, 그나마 <명당>이 제일 나은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작품성은, '추석'에 나온 '사극'인 만큼 그리 높지는 않았습니다. 탁월한 연기력에 비해 너무 완만한 이야기였습니다. 권력에 대한, 그리고 명당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권력 간의 암투 또한 생생히 다뤄야 하는데, 그 해결 과정이 놀랍게도 굉장히 단순합니다. 차마 두뇌를 쓰기도 전에 해결되어 버리니까요.



무난하거나 지루하거나
출처 : 영화 <명당>


예고편의 대사 한 줄, "내가 가져야겠소!!!"만 보고서는 '이건 명작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저를 잠시 원망했습니다. <명당>은 그렇게 특출나지도, 그렇게 개성있지도 않은 영화입니다. '명당'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소재를 영화의 초중반에만 잠깐 써먹고 권력의 암투에 모든 힘은 쏟아붓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이야기가 지루하고 맥이 단순하여,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까스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역모'는 명당과 관련된 권력의 암투라는 주제를 희미하게 만들고, 결국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도, 인물 각자의 이야기와 개성은 사라지고 선과 악 각각 하나의 공동체로 표현됩니다. 마지막 김성균 배우와 지성 배우의 결투 장면에서는 <죄 많은 소녀>와 같이 선과 악의 경계를 강조하려 한 듯 하지만, 막판의 용서가 오히려 영화의 결말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관상>에서는 조정석-송강호 배우의 케미나 유머가 돋보였는데, 이번 영화의 조승우-지성 배우는 정말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였기 때문에 유머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유재명 배우의 유머가 헛헛해진 마음을 달래주고요.)



표현해야 할 숙제는 많고 순서는 엉키고
출처 : 영화 <명당>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명당>은 참 욕심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이라는 시대극의 배경과, 명당이라는 그리 포괄적이지도 않은 주제를 가지고 매우 많은 의미를 담으려 하는 영화입니다. '흥선대원군'이라는 캐릭터와 '역모', '명당'이라는 이 영화의 기본적 바탕 요소로도 충분할 것을 굳이 많은 의미를 집어넣어 오히려 영화를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속내는 난잡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권력의 암투라는 주제에 부합하지 못하는 무리수들도 몇 가지 보이고요. 초반에 우리가 잘 모르는 '명당'에 관한 설명은 참으로 흥미로웠고 영화에 빠져들게 했지만, 영화가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명당'이라는 주제는 망각한 채로 역모라는 역사적 사실로 갑자기 시선을 바꿉니다. 그야말로 픽션과 사실을 왔다갔다하는 것이죠. 그 덕분에(?)인지, 그때부터는 서사의 배경과 사건, 그 의미만 무수히 강조된 채로, 그에 사용된 캐릭터들의 설명과 영화의 주 재료가 되었어야 할 '명당'은 그저 말에서 말로, 아무런 효과도 의미도 없이 전해졌죠. 이로서 추석 BIG 4라는 영화들 중 <물괴>, <안시성>, <명당>을 모두 관람했군요.

...이제 제일 걱정되는 영화 하나 남았나요.

음...






-


<최근 별점>

<명당>
연기력으로 모아진 힘을 시대와 배경에 흩뿌린다.


<린 온 피트>
일어서야 한다. 끝내 딛고 일어서야 한다.


<안시성>
그 모든 계기마저 부정확하니


<물괴>
횡설수설


<업그레이드>
잔혹함과 따뜻함, 짜릿함과 무력함을 동시에 드러낼 줄 안다


 <죄 많은 소녀>
추종과 추정의 먹이사슬, 강렬하면서도 묵직하게 다루는 이야기


<어둔 밤>
패기와 서툶의 사이, 영화인 듯 다큐인 듯


<봄이가도>
잔잔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최악의 재난에 스며든 사랑이라는 희망


<그래비티>
우주 현상의 경이로움과 애정, 애환을 모두 그려낸, 우주영화 중에서도 수작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베니스>
번역이 영화를 살린 가장 정확한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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