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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30. 2019

무색유취

영화 <어스>

출처 : 영화 <어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줄거리까지 최대한 뽐내기를 자제한 듯한(?) 영화 <어스>입니다. 2017년 <겟 아웃>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조던 필 감독의 새 작품이기도 하죠. '도플갱어'라는 비교적 평범하고 포괄적인 주제를 선택했던지라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기도 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블랙 팬서>출신(!)의 두 배우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이제 보니 아역들 필모그래피도 어마무시하군요.


이 영화는 <겟 아웃>과 마찬가지로 해석과 평가, 비교까지 동시에 필요한 영화입니다. 우선은 평가를 해 보도록 하죠. '도플갱어'라는 비교적 전형적인 주제를 선택한 것치곤 영화가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이곳저곳 장소를 바꾸기도 하고,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고 때론 강렬한 음악으로 잡아내죠. <겟 아웃>에서는 신선함에 묻힌 부분이었는데, <어스>는 음향효과를 더 웅장하게 부풀려 그 효과를 극대화시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전작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신선함은 사라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펼쳐지는 직설적 메타포의 향연은 흥미롭지만 인물의 서사는 어째 과거와 현재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입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전부 부각시키려다 보니 호러 장르 자체의 매력도 줄어들고요. 흔히 '갑툭튀'라 불리는 장면들만 몇 장면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끝내 결말을 맞이할 때는 물론 놀라움도 느껴지지만, 약간의 어색함까지 느껴집니다.


유일하게 '호불호'가 전혀 갈리지 않을 부분은 루피타 뇽의 연기입니다. 표정 연기로만 이루어진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요상한 목소리와 그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는 루피타 뇽의 연기가 소름 끼칠 정도로 대단합니다. 그녀의 연기는 애들레이드와 레드가 만날 때 더욱 빛나죠. 사실 한 번에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데, 아예 분위기도 성격도 다른 두 인물을 이리 완벽히 소화해내다니. 역시 나키아(???)입니다.


*스포일러 난무 주의!!!!!

영화 <어스>에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우선 제가 느낀 바를 종합해 해석 아닌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사실 주저리주저리 적은 것이라 순서는 상관 없습니다^^)


1. 영화 초반의 거울 씬은 엄마의 과거이며, 레드와 관련이 깊다.

2. 극초반 자막의 '터널'이야기와 해변에서 모래 터널을 쌓던 제이슨은 복선이다.

3. 자주 보이는 11-11 숫자는 '예레미야 11장 11절'을 의미하며, 그 구절에는 비극과 파국의 뜻이 담겨져 있다.

4. '11'이라는 숫자, 가위, 종이접기(자르기)는 모두 대칭, 즉 도플갱어를 의미한다.

5. 토끼는 '다산'과 '복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여기서 철창에 갇힌 토끼는 통제받는 복제인간들을 뜻한다.

6. 해변을 걷던 가족의 그림자, 가위를 들고 다가오는 자의 그림자는 불행의 예고이다.

7. 극초반 제이슨이 본 피흘리는 사람은 '예레미야 11-11'을 든 사람(노인)의 도플갱어다(본인은 죽음).

8. 제목 'US'는 가족, 미국인, 도플갱어 가족, 친구 가족 등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9. 엄마는 복제인간이다. 거울의 방에서 진짜와 바뀌었고, 춤을 통해 언어를 배워 완벽히 삶에 적응했다.

10.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목을 졸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11. 에들레이드의 '수갑'은 억압과 통제를 상징하고, 그에 대한 분노를 상징하기도 한다.

12. 복제인간들은 실험에 실패했고, 육신만 복제에 성공해 조종당했다.

13. 복제인간이 되어버린 진짜 에들레이드가 반란을 주도한 것이다.

14. 플루토도 과격하지만 어린 아이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제이슨을 따라한 것도 일부분 그 때문.

15. 마지막 장면은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운동을 따라한 것이다.

16. 사람들을 도우려 했던 운동과 본체를 죽이는 복제인간들이 행동은 또다른 아이러니를 생성한다.

17. 운동을 통한 '화합'과 '평화'에서 현 정치를 통한 '단절'이 된 현세를 비판한다.

18. '가위'는 한쪽만 쓰지 못함, 즉 연결되어 있는 본체와 복제인간을 뜻하기도 한다.

19. 복제인간들에게 자유란 없다. 결혼도 연애도 출산도 본체를 따라할 뿐.

20. 제이슨은 애들레이드가 레드라는 것을 보았고,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다.

21. 다른 가족들이 복제인간일 리는 없다. 각자의 히스토리를 이미 레드가 밝혔기 때문.

22. 제이슨과 조라가 전투와 살해에 능한 것도 레드(가짜 에들레이드)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23. <겟 아웃>의 'Flash'와 <어스>의 'Flare Gun'이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24. 복제인간 딸의 죽음은 확실치 않다. 에들레이드가 처치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25. 발레, 즉 춤은 레드와 에들레이드의 가장 큰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고, 레드는 그를 이용해 공격하고 그 때문에 죽는다.

이렇게 정리해놓으니 정말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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