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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절망으로 치닫는 그곳에서

영화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Adrift, 2018

출처 : 영화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암울합니다. 망망대해에 버려져 있고,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여자를 보여주며 이야기가 시작되죠. 그 장면은, 허리케인 직후 리차드를 찾는 태미의 모습이었습니다. 영화는 교차편집이라는, 로맨스 장르에서는 조금 신박한 촬영기법을 사용합니다. 허리케인 직후의 모습과 사랑이 시작되는 모습, 허리케인 이후 기적적으로 표류하며 살아가는 과정과 사랑이 깊어가는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주죠. 그 덕분에 짧은 재난영화 속 표류가 길어지며 슬슬 지루해질 때쯤 이전 두 사람의 로맨틱한 이야기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자칫 단순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할 수도 있겠군요. 남녀의 재난 로맨스라... 참 이렇게 말하기도 저렇게 말하기도 애매한 소재에요) 교차편집을 통해서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는 것이죠. 이 부분은 영화의 활기를 살려준 것 같습니다.


출처 : 영화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가 그렇게 로맨스 감성을 자극시키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런.. 영화계에서는 흔하디 흔한 이야깃거리(풋풋한 사랑)이니까요. 하지만 거의 결말에 다다라서는, 승부를 건 듯 한 방을 먹입니다. 너무 생생한 이야기와 감정선 때문에 생각치도 못한 반전이었어요. 반전에 띵. 하는 동시에 그 전말이 밝혀지고 여주인공의 슬픈 연기가 나오면서 이야기와 감정선의 정점을 찍습니다. '표류하며 계속 동고동락하더니 이제 와서??'라는 생각도(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에는 그저 먹먹함뿐이었습니다. 이야기를 깊게 파헤치지 않는 대신, 우리가 잘 알고 슬퍼할 수 있는 주제로, 얕게라도 감정선에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시켰습니다.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의 두 주인공. 한 명은 해피엔딩이었을까요. 아니면 두 사람 다 새드엔딩이었을까요.

출처 : 영화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SPOILER

제가 이 영화에게 제일 고마운 부분은, 그저 그런 로맨틱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재난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 둘은 갈등을 겪지만 결국 힘을 합쳐 섬을 발견해서 행복하게 사는 영화였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리처드는 죽습니다. 태미와 함께하다 죽는 것이 아니라, 배 위에서 함께 표류했던 리처드는 태미가 그려낸 환상이었던 것이죠. 이 영화는 줄곧 한 가지의 교훈만을 반복해서 말합니다. '사랑은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카피 문구처럼 말이죠)라는 교훈을요. 한 섬에서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던 남녀가 표류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식상한 영화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반전의 먹먹함과 실화의 감동이 존재하는 영화였습니다.(저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소설 원작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분들이셨군요) 여운이 오래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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