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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무섭게 강렬하고 찢어지게 맹렬한

영화 <죄 많은 소녀>

<죄 많은 소녀>
After My Death, 2017

출처 : 영화 <죄 많은 소녀>

제가 생각하는 2018년의 강렬한 영화들(물론 이 영화는 빼고 말이죠)은 <독전> 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너무 강렬한 분위기와 리메이크에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의 맥이 뚝. 끊어지고야 말았죠. 이번 영화는, <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작입니다. 강렬함을 표면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동요를 유발했고, 이야기에 잔인함을 많이 넣지 않았음에도 스릴러적 특성은 모두 잡았으니까요. 이야기의 전반에 나타나는 캐릭터들의 독특함과 개성, 후반에 나타나는 강렬함의 분위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업 스릴러나 상업 액션 영화들이 가진 단점들을 모두 없애고 장점으로 변환시킨 사례가 된 것이죠.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강렬한 시나리오가 영화의 주체가 되어 극을 이끌었습니다. <죄 많은 소녀>라는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와 분위기가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출처 : 영화 <죄 많은 소녀>

이 이야기의 캐릭터는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이미지도 있죠. 그것은 바로, 모두가 피해자면서 피의자라는 것입니다. 아이의 죽음에 격분하며 때론 폭력을 행사하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인 엄마, 자신의 말의 나비효과를 예측하지 못했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희. 캐릭터들의 부연설명만 들어도 메세지가 잡히는 이 영화는 줄곧 '선과 악', 그리고 인간의 이면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선으로 둔갑한 사람이 악의 마음을 품고, 악으로 둘러싸인 사람이 선한 마인드를 품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아무리 센 척을 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보인다 해도 그 사람에게는 당신이 모르는 또다른 이면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그 사람의 이면이 선으로 이어질지 악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죠. 우리가 그 이면을 건드려 자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고요.


출처 : 영화 <죄 많은 소녀>

지금까지 제가 이 영화를 칭찬했지만, 이번 챕터가 진짜입니다. 제가 진정으로 놀라웠던 것은, 전여빈 배우의 연기였습니다. 음독 장면이나 주로 영화의 러닝타임을 책임졌던 표정 연기, 그 안에 숨어들어간 그 캐릭터의 수많은 고뇌와 깊은 감정에 대해 얼마나 연구했길래 이런 연기가 나올 수가 있었을까요. <죄 많은 소녀>의 '영희'라는 캐릭터가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감정을 가진(일차원적이지 않은 감정)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페이스와 분위기에 맞추어서 연기하다 못해 그 캐릭터와 일체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번 영화는 작품 면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성과를 냈지만,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전여빈'이라는 배우의 발견일 것입니다. (아, 요즘 영화계에 독립영화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는 듯 해요. 저로서도 더 다양하고 작품성 높은 영화들을 보게 되어 다행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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