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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그 시간 속, 나는 행복했어

영화 <린 온 피트>

<린 온 피트>
Lean on Pete, 2017       

출처 : 영화 <린 온 피트>

<린 온 피트>에서 가장 화목했던 장면을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오프닝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신의 아빠와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나. 속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바뀔 지도 모르겠지만, 외형적으로는 그나마 나았던 가족이죠. 그런데 아빠 내연녀의 남자가 나타나, 아빠를 다치게 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찰리는 델이 버리려던 린온피트를 데리고 정처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되죠. 영화는 '성장'이라는 소재와 '말과의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우선 소년의 모든 것을 앗아갑니다. 그리고 온전히 백지가 된 상태에서, 이 소년의 어두운 면과 깊은 면까지 모두 살펴보죠. 그 과정에서 그 소년이, 과연 그 소년의 감정이 어디까지 하락하고 행동과 생각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말이죠. 말과의 우연적, 어떻게 보면 필연적 만남 속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찰리의 감정은 차마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잔혹합니다.


출처 : 영화 <린 온 피트>

영화 <린 온 피트>는 다른 성장 영화들과 다른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의 영화는 나라의 현실을 세게 꼬집고는 그에 반항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어느 하나 기댈 곳 없는 찰리는 현실을 알면서도 그 거대한 물살에 휩쓸립니다. 잡아줄 사람이 없기에, 현실의 바다에서 허우적댈 수밖에요. 영화의 메인 빌런도, 천사도 정확히 표현되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모두가 그저 은유적으로 '현실을 사는 한 명의 사람'으로 표현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느릿느릿해서 많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 이야기의 표현이 매우 잘 되어 있고, 주인공들의 개성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의 유대 관계는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명암이 확실한 이야기를 찾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두드러지지 않은 잔잔한 이야기가 좋은 분들은 이 영화가 어울립니다.


출처 : 영화 <린 온 피트>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되든 결과는 따스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결말보다는 소년의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자신의 삶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그토록 믿었던 린온피트마저 사라진 삶에서 그는 빛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지독한 성장통을 겪으며 일어서야 한다는 강박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기에 모험을 떠난 것이 아닌, 그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의도와는 다르게 살았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찰리가 불쌍해 보이더군요. 찰리라는 소년이 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느 하나 기댈 곳 없었던 찰리가 이제 고모를 만났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딛고 일어선 찰리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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