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위로 Dec 13. 2018

정직하고 단단하네

영화 <암수살인>

<암수살인>
暗數殺人, Dark Figure of Crime, 2018

출처 : 영화 <암수살인>

오래간만에(?) 돌아온 쇼박스의 신작, <암수살인>입니다. 이번에 확 이미지 변신을 한 주지훈 씨 덕분에 관심을 모았던 영화이죠. 사실 형사 영화라 함은, 그 중에서도 '범인을 잡는'영화들은, 두뇌게임보다는 액션에 치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그 때문에 잘 나가던 스토리라인도 무너지며 참극을 만들어내죠. 하지만 <암수살인>은 그런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우선, 영화는 '범인을 잡는'것이 아닌, 범인을 잡은 후 '범인의 죄를 밝혀내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그말인즉슨 긴박감 넘치는 경찰과 도둑 게임이 아닌, 머리를 이용한 두뇌게임이라는 것이지요. 그 때문인지, 영화는 줄곧 강태오에게는 조롱 섞인 이야기를 하게 하지만 그 분위기만은 추리 영화 버금가도록 진중하고 묵직합니다. 기존의 가벼운 분위기 영화와는 아예 분야가 다른 영화인 것이지요. 형사가 범인의 행적을 따라 수사하는 이야기는, 자극적인 액션의 단순한 쾌감보다는 진지한 분위기의 묵직함과 긴장감을 선물합니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형사라는 캐릭터와,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범인의 캐릭터적 묘사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출처 : 영화 <암수살인>

제 생각에는 <암수살인>은 올해 영화계 최고의 성취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들 중 첫번째 이유는, 바로 성실한 이야기입니다. 러닝타임이 꽤 긴데도 영화의 장면 장면들 중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습니다. <공조> 같은 막연한 액션 영화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영화의 맥이 짚이고 강태오의 질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가히 놀랍고도 흥미롭습니다. 살인범을 쫓는 데 급급해 총탄이 남발하지 않고, 살인범에 대해 더 파고들고, 살인범의 이유와 사연으로 사람을 울리기보다는 피해자와 형사의 감정과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정황에 집중해서 진정한 '웰메이드'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허접하고 장황할 수도 있었던 포인트들을 강직하고 단단한 형사의 이야기로 빈틈없이 꽉꽉 채워나갔어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공조>나 <강철비>를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사람들은 지루할 수도, 아니 굉장히(!) 지루해 할 영화입니다. 시원한 액션 없이 말과 행동으로 밀어붙이는 영화이니까요. 하지만 <암수살인>이 재구성, 연기, 작품성, 스토리, 분위기, 전개 어느 하나 빠짐없이 강직하고 단단한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해 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