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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영화를 유영하다 보면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Ode to the Goose, 2018

출처 :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이 영화는 한 남녀가 군산으로 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들은 오자마자 칼국수를 먹고는 민박집을 찾고, 민박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죠. / '아트디렉터'라는 별명을 가진 장률 감독은 이번에도 담담하고 담백하지만 분석하고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자면 끝이 없는 그런 구도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남녀의 여행'이라는 소재는 독립영화들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이지만, 감독은 거기에 수많은 요소(안 어울릴 줄 알았던 유머까지)들과 수많은 의미들을 담아 내놓습니다. 제각기 다른 심성과 의미를 담고 있어 어우러질 수 없다 생각했지만, 감독의 연출 덕분에 여행 이야기 치고는 꽤나 자극적인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요소와 의미, 이야기가 한데 잘 어우러져 영화를 이끕니다. (장률 감독이 수많은 플롯을 반복하는 구조가 아닌 자유롭게 유영하듯 이야기를 이끄는 '여행'의 구조를 선택한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또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나 드라마 속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마치 우리 모두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듯 자유롭게 우리 또한 이야기와 섞여 어우러집니다.


출처 :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힐링 영화 치고는, 여행 영화 치고는 여기저기 끈이 많습니다. 인물관계도 복잡한 편의 영화구요. 하지만 여느 여행영화나 힐링영화가 그런 강점을 가지듯, 이 영화도 특유의 순수함과 담백함, 그리고 알듯 말듯한 쓸쓸함을 담고 있습니다. 배경의 아름다움과 이야기의 고독함과 쓸쓸함, 배우들의 연기가 만나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시종일관 기승전결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로 영화를 연출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수법 같구요. 과거와 현재, 생각과 진실을 넘나드는 전개 때문에 몇 번 헷갈릴 때도 있었지만 그건 그뿐이었고, 영화가 끝나면(엔딩크레딧에 BGM이 없기 때문인지) 알게 모르게 여운이 살짝 남았습니다. 시와 노래, 감성이라는 시시하고 지루해지는 요소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진장 투입되지만 배우의 매력과 장률 감독 특유의 연출법으로 모두 해소됩니다. 단점은 초반에 멈추고, 은유는 끝없이 뻗어나가죠. /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입니다. 감독 특유의 연출법과 은유 때문이죠. 호불호 중 제게 하나를 택하라 하면, 저는 '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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