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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22. 2018

간신히 비주얼만

영화 <아쿠아맨>

<아쿠아맨>

AQUAMAN , 2018

출처 : 영화 <아쿠아맨>

DC는 (마블과는 달리)승승장구하지 못했습니다. 마블 코믹스보다 많은 팬층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저스티스 리그> 등 제대로 된 영화가 나오지 못했죠. 수도 없이 쉴드를 쳐왔던 DC 팬들도 마침내 <저스티스 리그>에서 무너졌습니다. 팬들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영화가 나온 것이죠. 2017년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2012년의 <어벤져스>보다 각본도, 액션도, 심지어 CG와 스케일마저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에서 한 부분 차지하고 있던 <아쿠아맨>의 제작 소식이 들려왔죠. <컨저링> 시리즈의 제임스 완 감독이라니, 걱정됨과 동시에 기대되었습니다.


<아쿠아맨>의 이야기는 제목부터 그렇듯 아쿠아맨을 중심으로 대서사시를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에 걸맞는 스케일과 CG는 엄청납니다. 이것이 <아쿠아맨>의 첫 번째 장점입니다. 액션과 CG가 물 흐르듯이 흘러갑니다. 말 그대로, 볼거리가 넘쳐난다는 것이죠. 수중을 배경으로 한 만큼 재미도 있고 스케일도 크며 무엇보다, 히어로물이 가질 수 있는 오락성을 끝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마치 만화책을 보는 듯한 쾌감과 오락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4DX로 관람한 덕에 <아쿠아맨>의 효과를 더 실감나게 느꼈습니다. 비록 물이 조금 많이 튀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아쿠아맨>은 그저 볼거리만 수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인 이야기에 소홀했습니다.

출처 : 영화 <아쿠아맨>

<아쿠아맨>은 볼거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것도 몰랐습니다. 우선 '아쿠아맨'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부족합니다. 마블의 캐릭터들이 더 튀어 보이는 것은 그들만의 동기와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인데, 아쿠아맨은 그저 출생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도움을 받고 손쉽게 영웅과 왕, 오션 마스터라는 타이틀을 획득합니다. 또한 그 동기도 불확실해서 아쿠아맨이 다른 히어로들과 다른 것이 '물에서 숨 쉬는 것'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원더우먼을 제외한 모든 DC 히어로들이 그랬습니다.) 캐릭터들이 잘 활용되지 않아 각각의 개성이 부족한 것도 이와 유사한 이유입니다. 심지어 캐릭터의 존재의 이유도 불분명한 캐릭터들까지 파다하죠.


히어로물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악당인데, 여기서도 악당은 골칫덩어리입니다. 말 그대로, 주인공에 맞서려는 이유도, 여러 가지 타이틀에 죽어라 도전하려는 이유도, 지상의 생명체들과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유도 어느 하나 정확한 것이 없어 악당은 골칫덩어리 캐릭터 취급을 받습니다. 주인공의 아우라와 영화의 극적인 분위기에 너무 (악당을 포함한) 캐릭터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영화는 오직 아쿠아맨과 메라만을 중요히 여기는 듯 하고,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설명조차 하지 않고 짧은 자기소개만 허용합니다. 그 방식도, 그에 따른 영화의 전개도 안일하고 안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차라리 영화는 소년이 '어떻게' 해서 아쿠아맨이 되었는지, 어떻게 메라로 인해 왕이 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클라이맥스의 쾌감은 투자한 만큼 나왔지만, 앞의 과정을 생각해 보니 허망한 결말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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