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위로 Dec 23. 2018

전형적이라는 것도 매력이라면 매력

영화 <그린치>

<그린치>

The Grinch , 2018

출처 : 영화 <그린치>

외국 애니메이션의 브랜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디즈니-픽사, 소니-콜롬비아, 그리고 유니버설-일루미네이션이 있죠.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는 참 많이(..) 미니언즈를 우려먹고 우려먹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도 단편영화로 출연합니다.) 그 뒤로 <씽>과 <마이 펫의 이중생활>이 개봉하며 일루미네이션은 명성을 다시 회복했고, 드디어 이번 주 무려 18년 전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한 <그린치>가 개봉했습니다.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과 포토, 목소리 하면 떠오르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작품에 포함되어 있으니 이끌리듯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일루미네이션이 일루미네이션 했습니다. 고유의 방법을 버리지 않은 채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되어 버린 탓이죠. 그동안의 일루미네이션의 영화들처럼, 캐릭터들은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목소리 연기부터 생김새, 성격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매력이 없죠.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일루미네이션의 애니메이션은 디즈니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개성이 가득했던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전개에 맥이 빠져 있습니다.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자신의 맘을 바꿔줄 사람을 기다리는 듯이 러닝타임을 지체하고 있습니다. 정말 전형적인 방식임과 동시에 식상한 방식입니다. 마치 5분만 주더라도 읽을 수 있는 동화를 길게 늘여놓은 영화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출처 : 영화 <그린치>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만큼 영화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소외되는 캐릭터가 있고, 주인공은 잘못된 선택을 한 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뭔지 깨닫죠. <그린치>는 이야기를 중점으로 보면 안 되는 영화입니다. 일루미네이션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이야기와 결말보다는 캐릭터들에게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애초에 이야기 쪽으로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는 포인트와 뭉클 하고 의미없는(?) 감동이 몰려오는 포인트도 기존 영화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식상하다고 해서 이 애니메이션이 저급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많이(!) 재미있게 보고 미니언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린치의 매력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오는 실망감은 감출 수가 없네요. <그린치>는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이 볼 영화, 딱 그 정도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어른들에게는 식상하고 유치한 영화가 될 것이고,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신나는 모험이 될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간신히 비주얼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