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위로 Dec 24. 2018

친애하는 내 친구, 셜리에게

영화 <그린 북>

<그린 북>

Green Book , 2018

출처 : 영화 <그린 북>

영화 <그린 북>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 소식을 듣자마자 특이한 제목(초록색 책?)과 신박한 주제에 끌리던 영화였는데, 마침 CGV에서 2019년맞이 특집으로 여러 영화들(미개봉작 <미스터 스마일>과 <가버나움>도 상영하더군요. 원래는 <가버나움>을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안 맞아서 불발되었습니다.)을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패터슨> 등 여러 이미 개봉된 영화들을 제치고 나니 시간에 맞는 것이 이 영화밖에 없길래,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여러 영화 스케줄이 겹친 격에 1월 10일 개봉작인 <그린 북>을 무려 2주 전에 미리 관람하게 되었죠.


영화의 주축이 되는 캐릭터는 두 명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완벽주이자인 흑인 셜리와, 조금은 과격한(?) 고객 관리사인 운전사 겸 비서 토니가 있죠. 보통 이런 식으로 자신의 신념으로 대립하는 두 캐릭터를 세워놓는 영화에서의 전개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우정에 관련된 영화이지만 어디까지나 성장 영화와 비슷한 플롯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죠. <그린 북>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전개였지만, 이상하게도(심지어 러닝타임이 2시간 10분인데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유머러스합니다. 1960년대의 문제였던 인종차별과 폭력의 행사 등을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는 웃음을 잃지 않고, 유머러스함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주제의식을 잃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잘 나온 우정 영화'입니다. 어쩌면 예측 가능한 전개지만, 우정영화에 많이 나오는 '희생'과 같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아 오히려 신박했습니다.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습니다. 우정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관계를 말하지 않고, 유머러스함을 중간중간에 배치했다고 해서 코미디 영화로 전향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하나 엉뚱한 구석이 없이 담담하고 잔잔합니다.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우정이라는 단어 자체를 단순하게 소비하지 않는 <그린 북>에서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조금만 더 평탄했으면 지루해졌을 것이고 조금만 더 웃겼더라면 목적이 불분명해졌을 것인데, <그린 북>은 그 경계를 끝내 지킵니다.


어떠한 굴곡도, 반전도 없이 마치 이야기를 천천히 이야기해주는 듯이, 잔잔하게 드라이브하는 듯이 영화가 흘러갑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영화가 좋습니다. 특출나지도 않지만 그리 평범하지도 않은 영화. <그린 북>은 그런 영화입니다.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강요하거나 어떤 여운으로 매듭지을지 결정하라는 불필요한 선택권을 주지도 않습니다. 평탄한 도로를 달리지만 주제의식은 분명하게 살아있죠. 영화는 그들의 우정과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고, 차별에 여러 번 어이없어 피식 하고 유머와 두 사람의 우정에 피식 하며 여러 번 웃다 보니 이 영화가 좋아졌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형적이라는 것도 매력이라면 매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