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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25. 2018

시리즈 리셋하기

영화 <범블비>

출처 : 영화 <범블비>

정말로 모든 것이 완벽(!)했던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를 저 멀리 떠나보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1년만에 파라마운트가 다시 꺼내 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오프, <범블비>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맡지 않은 영화라 안심이 되었지만, 동시에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과연 제대로 된 작품을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시리즈작은 졸작이었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 전체의 실패를 감독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한 마디로, 무난합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모험의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이번에는 순탄하고 무난합니다. 이야기도 액션도 그렇게 뛰어나지도 망하지도 않은 정도라서 '트랜스포머치고는'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작들처럼 여러 가지 설정을 집어넣어 영화가 흐지부지되지도 않고, 주요 캐릭터가 범블비와 몇 명뿐이라서 캐릭터들이 많음에서 오는 웬만한 단점들도 적당히 커버되었습니다. 정말 허무맹랑하던 범블비와는 다른 모습도 보여줍니다. 범블비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진지할 땐 진지한지 끝없이 강조하고 나섭니다. 그 덕에 캐릭터의 매력은 배가 되고 영화의 주제인 우정도 그만큼 부각됩니다.


그런데 재미만 있지 주제에서는 문제가 많습니다. 사랑, 우정, 애정, 가족애 등 온갖 따뜻한 감정이란 감정은 다 넣어놨지만 집중이 분산되어 영화가 어떤 것을 말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드러나는 액션보다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려 노력했는데도, 도저히 의도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쉽습니다. 본래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이번 <범블비>의 본분은 오락영화가 맞지만, 캐릭터들과 범블비, 심지어 이야기마저도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안이합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12세가 아닌 전체 관람가로 제작했으면 더 나을 뻔했습니다.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와 비교하면 크게 성장했지만 전체적인 트랜스포머 유니버스의 이야기로만 보자면 전혀 진척이 없는 모습입니다. 감동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만 보기 어려웠던 것이지 위저딩 월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 다른 세계관에서든 아무거나 틀어도 나오는 주제이지요. 자신들은 전작들에 '비해' 진척이 있다며 만족하지만, 다른 시대와 세계관의 영화들과 비교하면 이야기에서 크게 퇴화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이제 이 시리즈도 트랜스포머에 '비해'라는 딱지를 떼야 할 듯 합니다. 더 감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다른' 것이지 절대로 '낫다는' 것이 아닙니다. 전작들을 한 번 더 훑어보니 액션은 오히려 더 빈약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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