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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28. 2018

이토록 우아한 헌사

영화 <미스터 스마일>

출처 : <미스터 스마일>

영화 자체보다는 주연배우의 은퇴작(이번엔 진짜?)으로 알려져 있는 <미스터 스마일>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예고편에서 돈을 훔치는 장면들과 경찰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들이 나오길래 스릴러나 범죄물인 줄 알았는데, <미스터 스마일>은 제 생각보다 훨씬 잔잔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영화였습니다. 이야기의 속도를 느리게 조절한 만큼 빈틈도 적지 않은 영화였구요.


영화의 잔잔한 톤과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는 이 영화가 범죄물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때는 범죄물이었다가, 이 때는 로맨스물이었다가, 어떤 때는 가족애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애정과 우정을 담아서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에게 전해지는 부담감도 현저히 적습니다. 말 그대로 긴장하지 않고, 편안히 볼 수 있는 영화이죠. 장르는 범죄이지만 영화는 범죄의 수법과 그 과정보다는 포레스트가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고, 그의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중점을 맞춥니다. 담담하고 잔잔하지만 와닿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영화의 연결고리가 부족합니다.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넘어갈 때, 인물이 이 감정을 가졌다가 감정이 격변할 때의 표현이 성급합니다. 예를 들자면, 그를 정말 사랑했던 주얼이 어떤 마음과 감정으로 그를 신고했는지에 관한 부연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군요. 하지만 이 점 말고는 영화에 마음에 드는 점이 꽤 많았습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범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어느새 나는 포레스트를 응원하고 있고, 그의 삶이 그에게 즐거운 삶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에게 영화의 의도가 잘 드러난 것이죠.


모자를 고쳐 쓰고, 가방을 들고, 조용히 총이 있다고 보여준 후 돈을 가져갑니다. 첫 출근을 했는데 은행털이범을 맞닥뜨린 직원에게는 위로를 건네주고, 도망치던 중 아이가 있다는 엄마의 말을 듣던 그는 겨눴던 총을 거두고 아이와 엄마를 내리게 했죠. 포레스트의 인간적임을 잘 설명했음과 동시에 말년의 로맨스, 범인과 형사의 관계임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그들. 이야기보다도 캐릭터가 더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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