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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29. 2018

'아하'라는 깨달음

영화 <패터슨>

출처 : 영화 <패터슨>

2017년 개봉작이자 이번에 HELLO 2019라는 특별전으로 만나보게 된 영화 <패터슨>입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감독인 짐 자무쉬의 작품이자, 몰랐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와 <로건 럭키> 등에 출연했던 아담 드라이버의 출연작이기도 합니다.


<패터슨>의 주인공인 패터슨은 버스 운전기사입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 시를 노트에 끄적이는 예술가이기도 하죠. 하지만 <패터슨>에서 비춰진 시인 패터슨은 우리가 알던 예술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예술혼을 불사르지도 않고, 처음부터 그가 뛰어난 재능을 안고 태어난 사람도 아닙니다. 오히려 예술가나 시인보다는, 우리 주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기사님에 더 가까운 캐릭터이죠. 영화는 이런 지극히 평범하지만 자신만의 시를 써가는 패터슨의 일상을 담습니다. 그 일상은 평범하고 잔잔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시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배경과 인물은 지극히 평범하고 예술가의 기질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지만, 정적인 패터슨의 모습과 성격, 패터슨이 만나는 사람들과 상황, 그 상황에 맞추어 쓰는 그의 시가 영화의 대부분입니다. 주제가 '시'인 만큼 영화도 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다른 예술영화들이 애초부터 광기가 있고 예술성에 취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려낸다면, <패터슨>은 애초부터 백지에 가깝게 순수하고 정적인 사람이 어떤 인물관계를 맺고 어떤 상황에 부딪히는지를 이야기하고, 그 결과에 따른 패터슨의 깨달음을 은유적으로 묘사합니다. 그 수단이 되어주는 것이 극 중 패터슨의 시이구요. 영화는 굉장히 고요하지만 그 내면에는 알 수 없는 흥미로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분명 강렬한 사건들이나 분명한 어드벤쳐들을 담고 있지 않은,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상을 표현한 영화임에도 그의 잔잔한 시와 깨달음들은 우리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패터슨을 만나고 각자의 경험에 따른 메시지를 던져주고 떠나는데, 가장 와닿으면서 패터슨이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인물은 극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를 좋아하는 일본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노트를 잃고 허망한 표정으로 폭포를 바라보고 있는 패터슨에게 몇 가지 일상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자신이 떠날 때가 되자 자신의 흰 노트를 선물로 주고는 자신의 길을 떠납니다. 때론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한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는. 노트와 함께 남겨진 패터슨은 마침내 자신이 시인으로써 가야 할 길을 깨달은 듯 '아하!'라고 중얼거리고요.


<패터슨>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의, 시가 스며든 삶의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의 시적인 삶에서는 같이 사는 아내, 길을 걷다 만난 아내, 허탈한 마음에 찾아온 폭포에서 만난 일본인 사내 모두가 가르칠 수도,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는 대상입니다. 영화 <패터슨>은 도시의 시인의 일상을 잔잔하고도 시적으로 표현한 영화로 제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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