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위로 Jan 06. 2019

마냥 울기에도 마냥 웃기에도

영화 <말모이>

출처 : 영화 <말모이>

<말모이>를 개봉 전 유료시사회로 만나보고 왔습니다. 어쩌면 롯데 엔터테이먼트와 사극은 연이 없는 조합인데도 기대가 된 이유는, 배우들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우리말 사전을 완성한다'와 같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한 영화들은 이전에도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번 영화는 성공할 것만 같았습니다. 결과는,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볼만했습니다.


<말모이>는 대부분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을 한 영화들이 그렇듯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러 명의 사람들을 다룹니다. 보통 이런 플롯을 가진 영화들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캐릭터 개성의 문제인데, 이 영화도 그 단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김판수와 류정환의 캐릭터의 성향만이 대립되며 갈등을 이끌어내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개성조차 살리지 못한 채 하나의 카드처럼 소비되는 모습입니다. 주제에 의하면 하나하나의 의지와 노력이 세세하게 표현되었어야 하지만, 실상은 서브 캐릭터인 일본 순경보다도 존재감이 없습니다.


영화의 대립 자체도 평범한 조합입니다. 이성과 규칙을 강조하던 사람이 사랑에 눈뜨고, 까막눈이던 사람은 글을 배워가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뜹니다. 어느 한 분야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참된 무언가를 깨닫는다는 설정은 진부하지만 언제나 먹히는 설정이죠. 부담없이 무난하게 볼 수 있었지만, 설정이 평범한 탓인지 이렇다고 할 장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안이하지는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쉴 새없이 웃기고 울리고 웃기고 울리기를 반복합니다. 감추려고 해서 어느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신파는 드러날 수 밖에 없었구요. <신과 함께 : 죄와벌>이 마지막에 파바박(?) 때렸다면, <말모이>는 꾸준히 역사에 기반한 이야기에 가족애를 더해 자연스러운 감동을 유도하려 노력합니다. 중간중간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나와 조금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신파 범벅의 영화들을 보자면 <말모이>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감동에 가까웠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지만,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영화가 다른 캐릭터들을 소비해가며 지켜냈던 두 인물입니다. 계속하여 대립하며 사건을 만들어내고, 케미스트리를 키워갑니다. 배우의 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캐릭터들도 명확해서 딱 들어맞아요. 영화가 사전을 만드려는 과정에서 지루한 점이 없지 않은데, <말모이>에서의 두 배우의 케미와 매력은 그 구멍을 커버합니다. 방식은 평범하지만 배우 자체의 매력이 효과를 더합니다.


생각보다는 조금 실망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두 배우와 극의 두 캐릭터의 상반된 매력으로 목표와 결말까지 뚜벅뚜벅 올곧은 길로 걸어갑니다. 한눈팔지도, 다른 길로 빠지지도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배경과 서브 캐릭터보다는 극적인 포인트와 주인공들에게 집중해서 보시길 추천드려요.


매거진의 이전글 이빨 빠진 데드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