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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Jan 16. 2019

전지적 애견 시점

영화 <언더독>

출처 : 영화 <언더독>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불을 지핀 제작사와 감독이 8년만에 내놓은 복귀작, <언더독>입니다. 전편에서 양계장에서 알을 낳던 암탉 잎싹이 그곳을 탈출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한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고 한 공동체를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구요. 강아지의 모험을 가벼운 시선과 무거운 시선 두 개로 나눠 담았습니다.


영화는 강아지가 유기견이 된 뒤에 어떤 모험을 겪게 되는지를 이야기하는데, 톤이 영 맞질 않습니다. 경쾌하게 모험을 다루려고 하면 자꾸만 현실이 끼어듭니다. 아무리 풍자와 현실, 모험의 흥미로움을 모두 담으려 애썼다지만 자꾸만 바뀌는 이야기의 톤 때문에 어느 하나에도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장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심지어 이런 양상 때문에 이야기에 아이러니까지 발생하고 맙니다.


두 번째 문제는 각본의 문제입니다. 뒤에서 원작소설이 든든하게 받쳐주던 <마당을 나온 암탉>과는 달리 <언더독>은 설정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강아지가 말을 하고 소통을 한다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상상이지만, 때때로 그 상상이 현실을 너무나 벗어나서 차가운 현실을 강조하는 이야기와 합쳐지기엔 너무나 삐꺽댑니다. 분명히 에피소드들은 넘쳐나지만, 감정과 톤 그리고 이야기가 손발이 맞지 않습니다.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잎싹, 나그네, 초록이, 그리고 애꾸눈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영화의 탄탄한 기본 이야기도 전개되면서 캐릭터 각각의 특색과 개성도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더독>의 캐릭터들은 너무 많다 못해 넘쳐나서 영화의 이야기는 그것을 감당조차 못 합니다. 뭉치와 처음 만난 집단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역할은 가지고 있었지만, 더 파헤쳤어야 할 각각의 성격과 사연은 스킵됩니다.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써 설명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나쁘지 않은 쪽에 속했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과 비교하면 실망스럽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영화는 전문 성우가 아닌 비성우를 많이 써서 전편에서도 지적되었던 목소리 연기 문제가 이번 영화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전작과 비교하면 이번 편이 낫습니다.) 유아와 아동의 애니메이션도, 모두에게 깨달음을 주는 애니메이션도 되지 못했습니다. 고라니를 먹는.. 장면도 나옵니다. 전체 연령층을 목표로 했다면 조금 자극적인 장면들을 빼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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