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위로 Jan 16. 2019

그렇게 오빠가 된다

영화 <미래의 미라이>

출처 : 영화 <미래의 미라이>

<늑대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독특하고도 섬세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참으로 오래간만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입니다. 소재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조금씩 섞은 듯하고요. 전작의 무거웠던 주제들과는 달리 보다 가벼운(?) 여동생이 생긴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요. 참 풋풋하고도 섬세한 가족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세세하게 보자면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래에서 온 여동생을 만나기도 하고, 애완견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나타나기도 하며, 심지어 4살의 엄마와 젊으실 때의 증조할아버지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장면들에서도 볼 수 있듯 <미래의 미라이>는 가족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에 약간의 환상을 가미한 영화입니다. 환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영화가 어째서 이렇게 전개되는지에 관한 설명은 일절 없지만, 그 장면과 작화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미래의 미라이'를 만난 후 점점 변화해가는 쿤의 성격과 태도는 귀엽습니다. 캐릭터가 워낙 자주 쓰이는 아이 캐릭터의 전형과도 같아서 개성은 거의 살리지 못했지만, 쿤은 그 캐릭터 자체로 매력적입니다. 사실 모든 캐릭터들이 쿤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주 보이고 지극히 평면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오히려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죠.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있음에도 <미래의 미라이>는 전작들에 비해 아쉽습니다. 우선 영화의 구성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영화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나란히 나열한 채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야기의 구성이나 플롯이 거의 같습니다. 환상의 세계는 놀랍지만, 상황만 바뀌었을 뿐 그 결과는 항상 가족 전체에 대한 사랑을 전합니다. 그리고 한 에피소드의 끝에서 쿤이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음에도 다음 에피소드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쿤은 또다시 철없는 아이가 됩니다. 에피소드에서 바뀌는 것이 없고, 그 때문에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리 지루해지기 쉽상입니다.


'졸작'이라고 칭하기엔 잘 만들었고 '수작'이라고 칭하기엔 부족한, 평이한 작품입니다. 본격적인 사랑도 본격적인 모험도 담지 않은 채 약간씩만 첨가해서 과하지 않게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늑대아이>나 <괴물의 아이>보다 가볍고 편해서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볍고 편하다는 것은 동시에 안이함과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진 것을 뜻하죠. 이번 편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직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지적 애견 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