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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Jan 17. 2019

끝이자 시작

영화 <글래스>

출처 : 영화 <글래스>

2000년 <언브레이커블>과 2017년 <23 아이덴티티>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한 샤말란 감독의 3부작 완결판, <글래스>입니다. <언브레이커블>의 강철 남자 데이빗 던, 천재 두뇌 미스터 글래스와 <23 아이덴티티>의 24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이 모두 하나의 공간에 모였죠. 2000년부터 꾸준한 작품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샤말란 감독이기에 거의 <어벤져스> 급인 이번 영화도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정신병원에서의 데이빗 던, 케빈, 미스터 글래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글래스>가 일반적인 히어로 무비의 축에 속하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캐릭터입니다. 특히나 케빈은 24개의 인격을 각각 표현은 물론 한번의 테이크에 여러 인격을 연기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한데, <글래스>는 그 부분에서 장점이 두드러집니다. <23 아이덴티티> 등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의 매력을 그대로 옮겨놓아 개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케빈 역을 맡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도 대단합니다. 이는 <베놈> 등 거대자본을 투자한 히어로물보다 훨씬 더 뛰어난 점이면서도 <글래스>에서 캐릭터에 임팩트를 주는 역할을 합니다.


<글래스>는 평면적인 히어로 액션과 능력을 강조하고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한 사람이 히어로이기 이전의 계기와 문제의식, 과정에 집중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의 히어로들은 특별하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 어느 때의 트라우마를 겪은 뒤 나타난 능력들입니다. <글래스>는 이것을 밝혀가는 과정을 액션 없읻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차별화된 매력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글래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지만, 그 개연성과 설정은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쫀쫀한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가 행동하는 계기가 엉성한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전부 자신만의 신념이(심지어 의사까지) 있는 인물임을 밝혀놓고는 정작 하나하나 짚어보니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신념을 구축하기는 구축했지만, 그것이 충돌하는 과정과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에서 느꼈던 캐릭터의 흥미도도 떨어졌습니다. 24개의 인격을 계속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전작들보다 심리전은 더 강해졌지만 액션은 정말 현저히 줄어들어서, 강철남자와 인격부자의 대결을 숨죽이며 보고 싶었다는 사람들은 액션에 한숨을 쉬면서 돌아갈 듯한 모양새입니다. 액션이 있다고 해도 초반에 한두번과 막판에 세네번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중반 심리전은 말로만 이루어집니다. 분명한 건, 킬링타임용은 아닙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흥미롭다에 가깝습니다. 샤말란 감독의 3부작 완결편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어머니'(닉퓨리는 여기서도 효자입니다)라는 말을 했던 미스터 글래스의 말을 생각해보니 새로운 현실형 히어로들이 샤말란 유니버스에 나타날 것도 합니다. 마블보다 현실적이고 DC보다 어두운 히어로물이에요. 과연 다음 작품이 탄생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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