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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Jan 18. 2019

그 사건, 그 사람들

영화 <쿠르스크>

출처 : 영화 <쿠르스크>

2013년 <더 헌트>로 거짓말과 위선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던 빈터베르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2000년 실화 바탕 영화, <쿠르스크>입니다. 재난과 재해에 대한 영화들은 무수히 많고 무수히 실패하는 분야인데, <더 헌트>로 촘촘한 심리전을 보여주었던 감독이기에 감정과 인물의 심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존 중심의 영화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설명할까 궁금하여 극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쿠르스크>는 침몰한 잠수함에서 살아남은 23명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분야는 사실상 <터널>과도 같은 분야인데 <터널>보다는 조금 더 대립의 성향이 강하죠. 영화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보다 당시의 감정과 지상에서의 대립 구조에 대해서 더 깊게 이야기합니다. 덕분에 잠수함에서의 사실감이 돋보이고 집중이 잘 됩니다.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정치판과 급박하게 생존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쿠르스크 선원들의 생존기를 교차편집함으로써 관객이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전개입니다.


물론 지상에서의 대립 구조는 그리 참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재난영화에 무수히 많이 쓰여왔던 클리셰에 가깝죠. 영화 자체의 긴박함과 사실감은 뛰어나지만 그것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더 정밀하게 조정되었어야 할 재난에 따른 안일한 대처와 대립에 대해서는 안이합니다. 수많은 대화가 오갔어야 할 상황에서는 한두마디로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결국에는 고구마만 몇 개 더 먹인 셈이 됩니다. 당연히 대처에 따른 고뇌는 자연스레 따르지만, 그 대립과 고뇌의 깊이가 <더 헌트>를 비롯한 전작들보다 훨씬 얕고 가볍습니다.

선과 악이 정확하게 결정되며 대립하고, 심해의 생존기는 소름끼치도록 실감납니다. 다른 무수히 많은 재난영화들과 비교해 봐도 남다른 집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실화를 기본으로 한 영화의 대부분은 이런 사실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개는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며, 스케일도 큰 편이 아니나 자연스레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상업영화로는 나쁘지 않은 성과고, 영화의 작품성을 봐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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