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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설계 Feb 14. 2021

임대 공간에 기대하는 바

임대 공간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  

  지난 글들에서 '임대 공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첫번째 글에서는 '임대공간을 구성하는 건축적 요소는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 주관적인 답을 찾는 과정에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임대 공간의 특성을 재료를 표현할 표면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꼽았다. 두번째 글에서는 사고실험을 통해 임대공간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그것들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가볍고 빠르게 만들어지는 세트장 같은 공간을 놀이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사고실험의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앞으로 임대 공간이 어땠으면 하는 작은 기대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임대공간은 세트장 같다고 했다. 그래야 건물주 입장에서는 어떤 업종이든 들어올 수 있고 이것은 곧 끊임없는 임대료를 갈취할 수 있는 기본 전제와 같을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빠르게 개성을 확보하고자 세트장을 짓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임대공간은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 효과적으로 이익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이제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공간을 살펴보자. 그들이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은 가볍고 얕다. 예를 들어 맛집을 찾는다고 해보자. 그들이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다면 백화점 지하 혹은 최상층에 갈 것이다. 백화점의 푸드코트는 각 지역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가게들이 지역의 맛을 이식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맛집을 간다는 것에는 복합적인 놀이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그들은 인터넷의 제한적인 정보를 활용하여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바이럴이든, 개인의 피드이든 그 가게의 맛도 느껴지지 않는 시각적인 단서 몇개를 가지고 맛집을 가고 싶음을 느낀다. 그들은 맛의 경험이라는 핑계 거리로 보물찾기 놀이를 하러 가는 것이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피드 등의 글을 통해 찾아야하는 보물에 대한 환상을 키워놓고 모바일 지도 어플을 통해 힌트를 획득하여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맛의 경험으로 그들의 소비 경험은 또 다른 SNS 컨텐츠를 재생산하여 또 다른 보물찾기 놀이의 시작이 되는 순환적 구성을 띄고 있다. 이 순환적 과정은 개개인에게 스쳐가는 하나의 경험이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현상도 이 개별 현상의 집합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공간에 갖는 기대감은 낮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측면은 상당부분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는 취향의 시대에 살고 있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없어진 일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최다 이용 포털 사이트에서 판단하기에 사람들이 더 이상 남의 관심사에 전만큼 알고자하는 노력과 검색하는 시간을 할애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자리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설정하여 정제된 새로운 뉴스들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취향의 시대에 누군가를 보고 그 행위를 재생산하는 경우는 적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개인의 취향을 찾는 과정을 거쳐 각자만의 유희를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은 앞으로 '취향'이라는 단어의 축적에서 두께를 가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향'은 결국 균형을 잃은 채 쏠려 있는 현상이다.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의 취향에는 모두가 가진 보편성이 아닌 일부에 치우쳐진 관심, 방향을 의미한다. 이것은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재생산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무게중심이 쏠린 채 수집된 무작위적인 요소들이 구성하는 공간이 앞으로 더 소비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현상은 곧 얕고 가볍게 공간을 소비하는 것을 지나 그 취향을 가진 개인 혹은 집단의 가치관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더 나아가서 앞으로 공간을 소비할 때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방향성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의 시각기반의 소통에서 진화된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식이 어쩌면 고대 그리스처럼 광장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최근 살롱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클럽하우스와 같은 서비스가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기반으로 소통 방식의 진화를 추측해보았다. 취향의 두께로 덧씌워질 임대 공간이 어떻게 변화할 지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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