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편지 예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본 사건은 2016년에 발생하였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내가 사용하던 물건인데 관세를 내야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도착해야 할 택배 대신 편지 한 통에 무시무시한 금액이 적혀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억울하지 않겠는가!
10월에 영국 도착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 유학 중인 지인 가정 편으로 여유 있게 8월 초에 택배를 붙이기로 하였다. 우체국에서는 선박 택배(한진해운과 전속계약)는 빠르면 30일 최대 9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하였다. 마지막 폭염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내던 중 한진해운의 파산을 뉴스로 접하면서 심장이 한번 내려앉았다. 과연 우리 택배는 언제쯤 도착할까.
영국에 건너 간 이후 배송상태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던 찰나, 11월 1일 생뚱맞은 편지가 도착했다. 관세청에서 우리 택배 3개를 보관 중이며 찾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하였다. 자그마치 £43.48, £61.22, £78.97 도합 £183.67가 관세로 나왔다(한화 27.5만 원, 2016.12월 환율 기준).
아뿔싸, 그제서야 생각났다. 신림우체국 직원이 "택배 가격 너무 올려쓰면 세금 물 수도 있어요 참고해요"라고 한 것을...
그때 당시에는 택배 분실이나 파손을 고려해서 아주 높게 적었는데 도리어 세금폭탄이 될 줄이야. 물론 아무도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보관소(Depot)에서는 해당 금액을 3주 안에 지불하지 않으면 폐기처분한다고 알려줬다. 폐기처분(Abandoned)이라니…. 180파운드라는 금액은 한 달치 장보기 금액과 맞먹는 돈이지만, 당장 입을 옷, 식기, 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고 택배를 받았다.
참고로 위 사진에 나온 택배는 아버지가 나중에 추가로 보내주신 것으로 우리 부부 옷값을 어림잡아 $2,000 쓰셨기 때문에 관세 대상으로 당첨이 되었다. 억울한 마음을 누르고 영국 관세청(HM Revenue & Customs)에 접속해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었다. https://www.gov.uk/goods-sent-from-abroad/tax-and-duty
영국 관세청에서는 Non-EU 국가에서 들여오는 물건들을 아주 강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취급하지 않는 위험 물질(음식) 반입을 강력하게 막기 위함인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현실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음식물을 특히나 조심하는 것 같았다.
Non-EU 국가에서 보내는 소포 취급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관세청은 선물 중에서 £34 (한화 약 50,000원, 2016년 12월 기준)를 넘는 물건에 대해서는 VAT와 부대비용을 지불하라고 적혀있다. 만약 이를 넘을 경우, Royal Mail이나, 택배회사가 연락할 거라고 적혀 있다. 대부분 우정청으로부터 메일을 받을 것이다. 마른반찬, 양말, 속옷 등 가벼운 택배라면 당연히 £39(≈$50) 이하로 적어야 하겠다.
짐작건대 Customs Duty라는 것은 그들이 너의 택배를 검사하느라 수고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 같다. 어떠한 물건이든 £135 미만으로 적게 되면 수고 비용은 없지만 그 위로 적게 되면 본격적으로 돈이 붙기 시작한다.
순진한 우리들은 오백불 천불을 적었기 때문에 세금이 천정부지로 솟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모르고 나처럼 이미 편지를 받은 상황이라면 이제 컴플레인을 준비해야 한다. 영국은 모든 작업을 서면으로 하기 때문에 편지를 준비해야 한다. 작성할 서류는 크게 두 가지이다.
BOR26: 인적사항과 항의 메일을 작성하는 곳
Bringing your personal belongings to the United Kingdom from outside the European Community: 구체적인 물건 사항 기록
먼저 아래 링크로 들어간다. 2016년 12월 이후로는 온라인 pdf에 바로 작성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이 진작에 도입되었더라면 좋았었을 것을…).
보는 것처럼 양식 기재란이 상당히 쉽다. Invoice에 작성되어있는 reference number만 잘 적으면 된다. 문제의 편지인데, 3줄의 공간만 허락되기 때문에 물건명과, 사용목적만 분명히 밝히면 된다. 나는 미리 항의 편지를 적었던 내용을 활용하였다. 예시는 아래와 같다.
이렇게 길게 쓴 편지 중에서 택배에 해당하는 내용만 추려서 작성하였다. 참고로 필자는 수기로 작성하였다.
이 서류도 2016년 12월 이후로는 온라인 PDF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전 것이랑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니 먼저 과거 양식부터…
1페이지: 인적사항 작성. 아주 쉽다.
2페이지: 학생이라면 하단에 Yes 두 번 체크하면 매우 간단히 지나갈 수 있다.
3페이지: 택배에 당연 술이나 값비싼 향수가 없으므로, NONE을
4페이지: 택배 내 물품정보를 기록하면 된다. 최대한 현재 값어치를 기준으로 작성하고 오래 썼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아래에는 이 사실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름과 날짜, 주소를 적으면 된다.
2016년 12월부터는 온라인 PDF양식에 따라 더욱 편하게 작성할 수 있다(아래 링크 참조).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application-for-transfer-of-residence-tor-relief-tor01
작성을 마무리하면 우편봉투에 넣어서 아래의 주소로 보내면 된다.
Border Force
Coventry International Hub
Siskin Parkway West
COVENTRY
CV3 4HX
고이고이 우체국에 가서 부치면 된다.
내 돈 돌려준대!
뭔가 내가 뺏긴 것 같긴 하지만 돈 돌려받으면 원래 기분 좋은 것 아닌가! 정확히 1주일 만에 Border Force로부터 편지가 왔다. 43.48파운드에 답신이었는데, 30일 내로 수표를 보내준다고 했다. 아쉽지만 보관료 8파운드는 어떠한 경우에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항의를 하면 된다고는 하는데, £8라도 클레임을 하려다가 귀찮기도 하고 더 이상 편지 작성으로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서 말았다.
편지를 받고 돈을 바로 주느냐? 영국이란 나라는 아직도 어음을 쓰는 나라이다.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이건 뭐 쌍팔년도에 하던 방식이가 기가 찰 수도 있다. 느리더라도 영국 사람들은 편지와 어음이 가장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모양새다. 편지가 온 사흘 후에 어음이 날아왔다. 어음이 오면 아랫 절취선을 잘라서 은행 자동입금기에 가서 입금하고 나흘ㅠㅠ 나흘을 기다리면 최종적으로 사용 가능한 돈이 된다.
이번 일을 기회로 영어를 못한다고 억울하게 당하면 안 되고, 정식으로 항의할 때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액이 설령 많지 않더라도 항의 방법과 대가를 얻을 수 있으니, 택배 관세로 고통받으시는 분들 모두 손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